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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긴급진단] “서민위한 사회·경제 개혁만이 살길”

등록 2006-06-01 19:07수정 2006-06-02 01: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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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악화시킨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심판
노 정권 모순적 정책 벗어나 정체성 분명히해야
진보·개혁 인사 10명 긴급진단

노무현 정권의 ‘5·31 지방선거’ 참패는 진보·개혁 세력에게도 작지 않은 충격이다. 이미 예상된 일이었음에도 이른바 진보 혹은 개혁 세력의 정치적 교두보인 민주노동당이나 열린우리당이 거둔 선거 결과는 진보·개혁 세력의 고민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진보·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시민단체·학계·종교계·여성계·노동계 인사들의 의견을 긴급하게 들어봤다.

개혁·진보세력의 패배인가?=이번 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이지 개혁·진보세력 전체의 패배는 아니라는 의견이 주종을 이뤘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자유주의적·보수적 개혁 세력인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노무현의 지지세력이었던 중산층과 서민이 반기를 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이른바 민주화세력의 정권들이 일정한 정치개혁의 성과를 이뤘으나, 국민들의 삶과 관련한 사회정책 개혁은 지체돼 국민들의 기대감이 배신감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진보 세력이 대안제시와 갈등조정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진보개혁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현 정권이 국민들의 끊임없는 경고 신호를 현 정권이 무시해 오늘의 사태를 맞았다”며 “지방선거 결과는 현 정부·여당의 참패로 끝나지 않고 진보진영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될 것”고 내다봤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는?=거의 모든 인사들이 노무현 정부에 좀더 분명한 진보·개혁 정책을 주문했다. 첫 손가락에 꼽힌 것은 사회 양극화 해소였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 정권이 양극화 극복에 실패하면 부정적 유산을 남기고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 양극화를 통해 건강한 시민계층이 붕괴하면 민주주의는 요동친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한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하고, 당당한 외교를 한다면서 대추리에 미군 기지 이전하는 황당하고 모순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효림 스님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 입법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이 개혁 전선을 형성해 풀어가야 한다”며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에 흥이 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정부는 보수층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개혁을 성취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사즉생’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함께 패배?=진보·개혁 인사들은 민주노동당의 부진의 가장 이유는 여당의 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대안 정치 세력으로 각인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안 세력으로 민주노동당이 등장하지 못한 한계를 인정한다”며 “민중들의 열망을 수렴하고 정책으로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명분’에만 집착한 채 어느 한쪽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며 “비정규직 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민노당은 “여당의 지지세력이 민노당으로 가지 않은 데 반성하고 진보 개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당의 토대를 확장하지 않고는 지지세력의 확장도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나, 스스로 국민 시선을 끌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며 “현실적 대안을 갖춘 합리적 개혁 노선이 필요하며 당의 외연도 좀더 대중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개혁 진영의 과제는?=박태균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진보·개혁 세력이 그 동안의 민주화 성과 이후에 더 전진하지 못했다”며 “다시 자기 목소리와 색깔을 가져야 하고, 전문성을 갖춰나가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손호철 교수는 “이번 선거 통해서 민주-반민주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시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표가 민주노동당이 아닌 한나라당에 갔다는 것은 진보 세력이 대안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을 드러내는 만큼 이에 대한 진보 진영의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큰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진보진영에게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다”며 “진보 세력은 사회·경제 개혁들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적 변수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백 대표는 “대중은 변화하는데, 개혁·진보 세력은 그만큼 역동적이지 않아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듯이, 오랫동안 국민적 지지 받고, 합리적 대안 내놓았던 시민단체나 전문가 집단 등과 진보·개혁 정치권이 결집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종휘 임인택 정혁준 유신재 김소연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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