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승계의견 주춤·동반퇴진론 계속
연석회의 연기…“당 해체 논의” 목소리도
연석회의 연기…“당 해체 논의” 목소리도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 속에서 좀처럼 진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 의장의 뒤를 이을 후임 지도체제 문제가 가닥잡히지 않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 쪽으로 모아지다가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의 사퇴설로 지도부 동반퇴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는 분위기다.
김두관 최고위원은 2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김근태 승계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당의 지도노선이 좀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이 선거 기간에 제기한 정동영 의장 사퇴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더 꼬이는 형국이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인 한 의원은 “김두관 최고위원이 모양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동반퇴진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동영계를 비롯해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근태 최고위원이 승계하되, 김두관 최고위원의 사퇴를 전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변수는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다. 김혁규 의원의 측근은 “김 최고는 오는 5일께 본인의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조배숙 최고도 이날 오전 있었던 재선의원 그룹과의 모임에서 “책임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강하게 밝힌 것으로 참석한 의원이 전했다. 이들 두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당헌에 따라 지도부는 자동해산된다. 이 때문에 여당 중진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들 의원들에게 ‘사퇴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 중이다.
이날도 중도성향 모임인 ‘광장’, 친노 그룹인 ‘참여정치 실천연대’ 등 당내 여러 모임들이 각각 밤늦게까지 지도체제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는 애초 예정됐던 5일에서 7일로 연기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지역구 의원들과 중앙위원들이 선거 패배 뒷수습으로 분주한 과정에 있어서, 최고위원들 간에 논의를 거쳐 일정은 미뤘다”고 말했다. 시급한 당 정비를 뒤로 미룬 데 대해 우 대변인은 “후임 체제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이해관계나 계파간 갈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근태 최고위원은 오는 4일께 지도부 승계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었지만, 연석회의가 연기됨에 따라 결정 시기를 좀더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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