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살리기 김근태 구상 뭔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서민경제 살리기’를 새로운 목표로 잡으면서 새 사령탑인 김근태 당의장의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당 관계자들은‘김근태 구상’의 핵심을 기업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확대로 서민경제의 막힌 골을 뚫어보자는 것으로 설명한다.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조건으로는 ‘사회적 대타협’과 ‘정책 조합’을 꼽고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은 12일 현재까진 구체적 복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계안 의장 비서실장은 “결국 고민은 ‘일자리’인데, 앞으로 김 의장이 구체적인 복안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경제가 1% 성장할 때마다 5만~6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면서 “ 해마다 30만명의 일꾼이 쏟아지므로, 역산하면 최소한 매년 5%의 성장을 하더라도 쌓여있는 청년실업자군까지 흡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즉 잠재성장률(4.5%) 이상의 고성장이 계속 이어져야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현재 20대 실업자는 36만6천명, 30대 실업자는 21만5천명이다. 20~30대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64%다. 참여정부 들어 전체 실업률은 3.6~3.7% 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20대 실업률은 지난 2002년 6.6%에서 지난해 7.7%로 1.1%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30대 실업률도 2.9%에서 3.3%로 올라 20~30대 젊은층이 실업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이날 일자리 창출을 하반기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하는 등 여당 움직임에 화답하고 나섰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규제개혁, 개방, 예산배분 등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판단하고, 이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구체적 방안이다. 이 비서실장은 “정부 주도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민간부문의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듯 재계가 주장해온 ‘선성장-후분배론’과 거의 비슷하다. 결국 여당에서 제기된 ‘사회적 대타협’과 ‘정책 조합’구상은 고용확대라는 지상명제를 이룩하기 위해 노사화합을 이끌어내고, 참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동반성장론(분배와 성장) 중에서 성장 쪽에 무게중심을 좀더 싣는 정책이 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정부가 과감한 규제완화를 해준다면, 투자가 늘어날 여력은 많고, 투자자금도 많다”며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재계는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 추가인하, 상속세 폐지 또는 세율인하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성장우선론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 성장우선론이 자칫 기득권층 옹호와 소외계층의 일방적 양보로 흐를 우려에 대해 일부에선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오판할 경우, 비정규직 증가 등 빈부격차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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