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대통령 고유권한” 의견 정리…서둘러 진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열린우리당 한쪽의 ‘비토’(거부) 움직임이 3일 ‘찻잔 속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재론 불가’ 쪽으로 확실하게 의견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7·3 개각에 대한 의견을 세 가지로 가닥잡았다. 의원들의 개각에 대한 이의를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그렇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존중해야 하고, 앞으로 개각에 대한 더 이상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개각에 대해선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문제가 확산될 경우 모처럼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당·청 관계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지금은 어느 쪽이든 한 방향으로 갈 때”라며, 문제를 제기한 몇몇 비상대책위원을 간곡하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의 의견정리를 계기로 당내 반발 움직임도 급속히 잦아드는 기류다. 지난달 30일 김 전 실장의 교육부총리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 일각에선 부동산 및 세금 정책에 대한 그의 강한 태도 등을 둘러싸고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애초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 초선 의원은 “민심을 얻는 인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당의 공식적인 의견이 정리된 터에 더는 토를 달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당 한쪽에서 나온 ‘김병준 교육부총리 불가론’에 대해 청와대는 “합당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과 연관지어 김 전 실장을 중용하지 말라는 것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시 김병준 정책실장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힌 인터뷰 기사를 보고 “지난주에 청와대에서 나간 소식 중 김 실장의 인터뷰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만큼 김 전 실장의 발언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이라, 이를 부정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철학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구나 8·31, 3·30 부동산 대책은 당정협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된 정책이어서 김 전 실장 개인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당 소식을 잘 아는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부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소수에 불과하다”며 “몇몇 언론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일부 의원들의 입을 빌려 의도적으로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노 대통령을 대신해 공격할 수 있는 ‘희생양’으로 김 내정자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내정자에 대한 거부 움직임은 여당의 몇몇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오래 전부터 논의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임석규 김의겸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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