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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읍참마속…‘비리옹호’ 환골탈태하나

등록 2005-02-26 06:42수정 2005-02-26 06:42

한나라당이 최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당 소속 공직자 5명에게 ‘1년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본격적인 당내 개혁에 착수했다. 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한나라당이 최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당 소속 공직자 5명에게 ‘1년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본격적인 당내 개혁에 착수했다. 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진단] 비리혐의 구속된 박혁규의원 등 ‘중징계’ 의미는?

“국민 앞에 떳떳하게 부패척결을 말하고 혁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리 자신을 개혁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읍참마속의 결단이다.”

한나라당이 ‘비리옹호당’의 오명을 벗고 환골탈태를 시도하는가. 한나라당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당원 동지’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혁규 의원을 비롯해 비리 자치단체장, 광역의원 등 당 소속 공직자 5명에게 ‘1년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한나라당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읍참마속의 결단”이라며 침통하면서도 단호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6대 국회 비리 연루 동료의원을 검찰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차례 ‘방탄국회’를 소집했다. 심지어 석방동의결의안을 통과시켜 비리혐의로 구속된 소속 의원을 ‘구출’하기도 했다. 그 대가로 ‘비리옹호당’ ‘부패옹호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7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해 6월말 처음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법위반 혐의의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서 국민들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비난을 뒤집어썼다.

그런 한나라당이 정당 사상 처음으로 비리혐의 국회의원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비리옹호당’의 오명을 벗을 것인가.

5명 당원권 정지, 형 확정되면 “나가라”
일부 의원 “엎어진 놈 코 깨는 꼴” 지도부에 섭섭

▲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월6일 밤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나라당 인사위원회가 지난 22일 확정한 징계자 명단에는 박혁규 의원외에도 △송진섭 안산시장(건축설계 사업자로부터 뇌물받은 혐의,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2000만원 선고) △박진규 영천시장(금품수수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2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천만원 선고) △김성하 경북도의원(공천헌금,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손경찬 경북도의원(특가법 위반 2003년 11월 구속) 등이다.

이처럼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를 소속 당이 징계한 것은 정당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박 의원 등은 당내 투표권과 발언권 등이 중지되고 당원으로서 부여된 권한행사를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구속이나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박 의원 등이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출당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공직자 비리행위에 대해서도 이번 심사결과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형이 확정되지 않은 공직자를 중징계하는 것을 놓고 당 내부에서 논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당 일부에서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징계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지난 24일 당의 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반대하며 원내대표실에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의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에 노골적 불만을 털어놨다.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당이 먼저 나서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재오 의원도 “그것이 말이 되느냐? 재판도 안 끝났는데, 당원권을 중지하다니... 엎어진 놈, 코 깨는 격이다. 당이 이렇게 가면 안된다”며 혀를 찼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이 진행중인 박창달 의원은 “(지도부가) 그렇게 나오니, 나는 아예 당에 도와달라는 말도 안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년만에 지켜진 박 대표의 공약 “비리의원 영구제명 추진”

▲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취임한 박근혜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부정부패·비리연루자가 검찰에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유죄가 확정되면 영구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그러나 소속의원 비리와 관련된 중징계는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취임한 박근혜 대표의 대표적인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박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부정부패·비리연루자가 검찰에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유죄가 확정되면 영구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대표로 있는 한 ‘방탄국회’를 결코 열지 않겠다”며 “부정비리에 연루된 것이 확실하면 사법적 판결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시엔 지도부뿐 아니라 당내 소장파들도 “불법·비리 정치인을 보호하지 않겠다” “직위를 이용한 이권개입이나 직무를 벗어난 사적 이익을 위한 청탁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자정선언을 발표했다.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권오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17명은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인 지난해 7월 ‘새정치 수요모임 창립대회’를 열고 13개항의 ‘새정치 실천강령’을 채택했다.

수요모임은 새정치 실천강령에서 △지역주의 언행 추방 △구태의연한 색깔론 추방 △몸싸움과 날치기 추방 △인격비하, 여성비하 등 폭언 추방 △불법 정치자금 비리자 당원권 정지 및 출당 강력 추진 △방탄국회 반대 및 근거없는 폭로 추방 △불법비리 정치인 보호 반대 등 그동안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던 ‘구태 정치’ 추방을 다짐했다. 이처럼 지도부와 당내 소장파들이 잇따라 제기한 부패와의 단절은 거의 1년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비리옹호당의 지난날…‘비리는 보호해도 당론을 어기면 징계한다’
방탄국회 제식구 감싸기, 석방결의안으로 ‘합법적 탈옥’도


▲ 지난해 2월9일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찬성 158명, 반대 6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용호 기자(사진 왼쪽) 같은 날 서청원 의원이 구치소를 나오며 밝게 웃고 있다. 탁기형 기자(사진 오른쪽)


16대 국회까지 한나라당은 방탄국회로 비리 의원을 감싸고, 석방동의결의안을 내 구속중인 동료 의원을 구출하는 등 전형적인 ‘비리옹호당’의 모습을 보였다.

비리의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지연되거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는 16대 국회에서만 1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연 것은 최돈웅·박주천·박명환·박재욱·이영일 의원 등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한나라당의 비리의원 감싸기의 백미는 2004년 2월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결의안 가결이다. 서 의원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국민주택채권 10억원 상당을 받아 사업을 하는 사위에게 건네줘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검찰의 수사남용과 야당탄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과반의석의 힘의 우위와 민주당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표결결과 출석 220명 의원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찬성 158명, 반대 60명, 기권 2명으로 서 의원 석방결의안은 여유있게 가결됐고 서 의원은 구속 4일 만에 풀려났다.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권력의 남용이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합법적 국회의원 탈옥사건, 국회의원 특권남용, 양심잃은 의회 횡포, 국민의 법 감정에 벗어난 행위” 등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16대국회 말기에 차떼기 대선자금 모금에 개입한 최돈웅, 김영일 의원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방탄국회를 수시로 열어 ‘반성없는 비리옹호당’이라는 비난을 샀다.

당론 어긴 김홍신 이수인 이미경 의원 등은 제명 등 중징계

▲ 지난해 12월9일 당론과 다른 표결로 ‘당원권 정지 8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한나라당 소속 김홍신 의원이 국회본회의에서 의원직 사임연설을 마친 뒤 열린우리당의 김원웅의원과 껴안고 있다. 윤운식 기자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신한국당의 역사를 통털어 보더라도 당 스스로 비리 의원들을 징계한 사례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당의 징계는 당론을 어긴 의원들을 통제하는 ‘채찍’으로 활용되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3년 국회에서 당론에 반대하는 표결을 했다며 김홍신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8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 99년에 5월에도 당론을 어기고 국회 환경노동위에 출석, 여권의 ‘노사정위법’ 통과에 협조했던 이수인 의원을 제명하고, 이미경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한나라당에서는 ‘비리는 보호받아도 당론을 어기면 징계를 받는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한나라당의 징계는 당 개혁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2월초 연찬회에서 당명 개정과 당 이념, 노선의 혁신 등 개혁을 시도했으나 의원들의 반대로 좌초했다. 그러나 연찬회 뒤 “이대로는 또 다시 대선에서 진다”는 위기의식과 “이기려면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더욱 확산됐다. 비리 의원에 대한 징계도 이런 몸부림과 맥이 닿아 있다.

당내 중도파의 대변인격인 임태희 의원은 “우리 당에서 한분 한분 소중하지 않는 분이 어디 있느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한나라당이 부패와 절연하고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임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노선에 상관없이 모든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인사위원회도 “이번 징계는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지속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한나라당은 정치부패 척결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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