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요구에 기존방침 뒤집어
“재정88조 투입·금리인상 신중·출총제 완화”
재계 “환영”…참여연대·민노 “우려”
“재정88조 투입·금리인상 신중·출총제 완화”
재계 “환영”…참여연대·민노 “우려”
사실상 경기부양으로 선회
정부가 상반기에 쓰고 남은 88조8천억원의 재정을 하반기에 남김 없이 쓰기로 하고, 기업투자 및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선다. 이는 내년도 대통령선거 등을 염두에 둔 열린우리당의 경기부양 요구를 정부가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인위적 경기부양은 부작용만 낳는다며 반대해온 정부의 기존 자세와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6일 서울 광화문 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이 방안을 보면, 올해 말로 끝나는 55개 비과세·감면 조처 중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제도, 영세자영업자 세감면, 주택보조금 소득세 비과세, 영농조합법인 법인·양도세 감면 등 10개를 연장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기업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또 거래세 인하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자본을 활용하기로 하고, 기업도시 전담추진기업 출자에 대한 출총제 제한 완화, 6개 민자고속도로 조기추진 등 임대형 민자사업(BTL), 수익형 민자사업(BTO)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강북 광역재개발도 앞당겨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시범지구를 지정한다. 정부는 올해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는 성장률을 애초 5%에서 5.1%로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5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줄였다.
경상흑자 40억달러로 줄여
지난 5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열린우리당은 강력한 경기부양을 주장하며 금리·재정·규제완화 등과 관련해 16개 항의 주문사항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당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이런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경기활성화’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하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88조8천억원은 추가투입이 아니라 애초 계획했던 것임을 강조한다. 한덕수 부총리는 “인위적 경기부양이 아닌, 제도개선을 통한 합리적 경기진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투입, 금리인상 신중, 건설경기 촉진, 규제완화 등 여러 분야에서 경기부양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추가투입은 아니라고 하지만 하반기 재정투입 규모는 지난해에 견주면 32%나 많다. 또 ‘재정의 이월·불용액’이 생기지 않도록 남김 없이 쓰는 것은 사실상 재정투입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월·불용액은 1조148억원에 이르렀다.
한 부총리 “인위적 부양 아니다”
특히 정부는 당이 요구한 혁신도시 지정 가속화, 주택공급 목표인 50만가구(수도권 28만가구) 건설을 위한 1500만평 택지공급 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것이 자칫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도 여당의 금리인상 동결 압력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은은 애초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태도였으나 여당의 압박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돌발변수로 인해 일단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콜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계는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금리안정, 재정집행 효율화 등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는 시장에 좋은 신호를 줄 것”이라며 “경제계 요구사안과 대부분 부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민노당 등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출총제 폐지, 기업도시 규제완화, 사업용 토지보유세 완화 등은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경기부양책”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도 “출총제 폐지가 결코 경기부양을 통한 민심회복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토지정의는 ‘서비스 및 제조업 투자기업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부동산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대했다.
권태호 최우성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