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자가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답변 과정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외고 지역제한’ 사실상 흐지부지
현정부선 시행포기…경쟁논리에 첫발부터 ‘무릎’
고교 평준화·사립학교법등 ‘큰 틀’은 이어갈듯
현정부선 시행포기…경쟁논리에 첫발부터 ‘무릎’
고교 평준화·사립학교법등 ‘큰 틀’은 이어갈듯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18일 국회 교육위 인사청문회에서 현 교육정책을 대부분 그대로 추진할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외국어고의 신입생 모집지역 제한’ 도입 시기를 2년 더 늦추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외고 모집지역 제한은 김 내정자의 교육정책과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척도’로 받아들여져 왔다. 교육부가 지난달 외고 모집지역을 2008학년도부터 해당 시·도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뒤로 찬반론이 날카롭게 맞서 왔기 때문이다.
외고는 1984년 등장한 이래 졸업생 대부분을 주요 대학 인기 학과에 진학시키는 ‘입시명문 귀족학교’로 인식되며 22년 만에 31개교로 늘었다. 5·31 지방선거 땐 교육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외고 유치 공약들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이런 공약이 현실화하면 전국에 외고만 100개 넘게 더 늘어나 ‘고교 평준화 체제’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고들이 ‘외국어 전문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를 지키지 않고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실태 분석을 통해 ‘실패한 외고’ 정책을 바로잡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과 상당수 언론들은 교육부의 이런 정책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이날 청문회에서 “학생·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김 내정자를 압박했다. 이에 김 내정자는 외고 모집지역 제한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후퇴했다. 다만, “자율과 분권이 소중한 가치임에는 틀림없지만 (외고는)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고 지역제한 시행 시기를 2010학년도로 미루겠다는 방침은 현 정부에서는 외고 지역제한 정책이 물건너갔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외고 지역제한 문제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고 입학에 아예 지역 제한을 두지 말자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외고 지역제한 연기 검토 방침에 교육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줄곧 외고 모집지역 제한 시기 ‘불변’을 강조해 왔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유구무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내정자가 외부의 여론을 감안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청문회 첫머리발언에서 ‘기업이 바라는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산업계가 바라는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중심적 접근은 자칫 경쟁 논리의 강조로 이어지기 쉽다. 학계에서는 “김 내정자의 이런 철학은 평준화 교육을 뒷받침하는 협동 논리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보직형 교장 공모제, 교원평가제, 사립학교법 등 교원·학부모 단체들의 이해가 맞선 현안들이 쌓여 있는 교육계에서 김 내정자가 과연 갈등을 조정하며 정책의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수범 최현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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