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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탈보수·비서울대’ 헌재소장 항로 촉각

등록 2006-08-16 22:24

전효숙 내정자 98년 첫 주주대표소송 판결로 주목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위헌’의견 등 전향적 모습
진보진영·여성계 환영…보수진영 ‘코드인사’ 반대
헌재 소장에 지명된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후보라는 점뿐 아니라, ‘비서울대’ 출신에 ‘탈보수’ 성향이란 점에서 벌써부터 법조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재판관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국내 최초의 주주대표 소송으로 기록된 1998년 제일은행 소액주주 소송 재판에서 부실경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옛 은행장과 임원들에게 400억원의 배상을 선고하면서부터다.

당시 서울지법 민사합의 17부 부장판사였던 전 재판관은 제일은행 소액주주 61명이 한보그룹 부실대출과 관련해 옛 은행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실은행 경영진의 민사상 배상 책임을 인정해 국내 소액주주 소송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재판관은 2003년 헌재에 처음 입성한 뒤 각종 결정에서 비교적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고, 부산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는 다수의견에 동참했다. 이밖에 사회적 소수자 문제에서도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그가 보수 일색의 헌재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탓에 야당 등에서 ‘코드 인사’라는 주장을 펴는 등 국회 청문회에서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첫 여성 헌재소장이라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무난히 국회 동의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남 승주 출신으로 순천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한 전 재판관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민사1부장과 형사2부장 등을 거쳐 2003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전 재판관이 여성 최초로 헌재 소장에 내정된 뒤 여성계는 일제히 환호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헌정 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 탄생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전 내정자는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주요 판결에서 굳은 소신을 보여줘 국민의 신뢰를 쌓은 인물로 헌재소장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유경희 대표도 “사회가 많이 바뀌고 여성의 목소리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성폭력 등 범죄의 판결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앞으로 헌재가 여성과 아동을 적극 보호하는 판결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법조단체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전 내정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달리했다. 진보 진영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보수 진영은 ‘코드인사’ 논란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대한변협도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전 재판관의 판결 성향이 개혁, 진보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해 보수 진영에서 ‘이념성이 편향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재판관 경력이 3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그의 정치적 성향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 발표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회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무겁고 두려운 마음으로 소임을 받아들이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공식 인터뷰는 사양했다. 김태규 기자, 오수재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3), 연합뉴스 dokbul@hani.co.kr

새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전효숙 재판관(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전효숙 피지명자가 다음달 국회의 동의를 받으면 1988년 헌재 출범 뒤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전효숙 재판관(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전효숙 피지명자가 다음달 국회의 동의를 받으면 1988년 헌재 출범 뒤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 재판관들은 누구?

목영준 - 배심제등 사법개혁 큰 구실
이동흡-삼성에 ‘솜방망이’ 판결 반발 사기도
민형기- 검찰 무분별한 계좌추적 견제
김종대-노대통령과 ‘8인회’ 인연
김희옥-대표적 ‘학구파 검사’ 알려져

새로 추천된 헌법재판관 내정자들 가운데는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일부 ‘탈보수 중도’ 성향의 인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여전히 ‘보수’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인선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목 차장은 실무와 이론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법원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특히 법원행정처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로스쿨과 배심제 도입 등 사법제도 개혁에 큰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대법관 인사 때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탈락했다.

목 처장은 재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민사사건에서 처음 적용한 법리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례가 현직 법관 중 가장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아파트 체납관리비 중 공용 부분 관리비만 승계된다는 판례와, 임대차에서 타인에 의해 주민등록이 이전 말소돼도 대항력(제3자에 대해 갖는 효력)이 유지된다는 법리를 처음 제시했고, 이 판결들은 잇따라 대법원 판례로 확립됐다.

민형기 인천지법원장은 1998년 경제 전문지를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해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대중매체가 아닌 전문지라도 일반인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을 때는 계좌추적 압수수색영장 전담판사제도를 도입해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계좌추적을 견제했다.

이동흡 수원지법원장은 2003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8개 계열사에 부당내부거래를 이유로 100여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에서 과징금의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려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고법 특별부를 맡아서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의 가족이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검찰이 보유한 대부분의 미군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시 동기 모임인 ‘8인회’ 멤버이며, 김희옥 법무부 차관은 검찰 안의 대표적 ‘학구파’ 검사로 알려져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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