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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막나간 ‘오락실 정책’ 브레이크가 없었다

등록 2006-08-24 19:14수정 2006-08-25 00:25

지난해 10월에야 단속 “이렇게 커질줄은…”
탁상행정에 정책오류 예방 시스템도 ‘먹통’
“암 초기인줄 알고 수술 준비에 착수했는데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번져있더라.”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24일 사행성 오락 파문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이렇게 비유했다. 정부가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나름대로 대응에 나섰으나, 그 폐해의 빠른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관리 시스템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얘기다.

뒤늦은 경고음, 안이한 대처=정부는 지난해 10·11월께 사행성 게임의 심각성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총리실 아래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검찰과 경찰도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하지만 이미 전국에 1만5천여개의 오락실이 성업 중인 상황이었다.

단속 위주의 정부대책은 한계에 부닥쳤다. 현금이 뚝뚝 떨어지는 오락실의 번창에 정부의 단속은 무용지물이었고 오락실은 늘어만 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사행성 오락기 자체의 불법화, 상품권 폐지, 환전금지 등 좀더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거나 한발짝 늦은 책임이 있다”며 “일이 이렇게 커질줄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정부가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지 못한 채 대증 처방에 급급하는 사이 폐해는 더욱 커졌던 것이다.

한치 앞을 못내다 본 허술한 정책=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선의의 목표 아래 정책을 추진했다고 항변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불법과 탈법으로 몇발짝 앞서나갔다.

오락기의 개·변조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점이 대표적이다. 업체들은 간단한 프로그램 조작만으로 손쉽게 당첨확률이나 액수를 조작했고, 그만큼 사행성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관광부가 정책 시행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시장의 반응과 부작용 등을 면밀히 따져보지 못했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문화부의 지나친 의욕 과잉이 부실한 정책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규제 완화 조처를 잇따라 내놓았다는 것이다.

예방·감시·대책 시스템의 붕괴=행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찾아내 경고음을 울려주는 예방·감시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 국무총리실의 정책상황실, 감사원 등은 나름대로 조처를 취했다고 하지만 이미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뒤였다.

여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집권 초기부터 줄곳 ‘시스템’을 강조해왔지만, 정책적 문제를 진단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은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줄곧 ‘예방감사, 정책감사, 시스템감사’를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엔 ‘뒷북감사’로 일관했다.

정부와 여당의 ‘의사불통’도 문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서 본격적으로 오락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라며 “정부가 지난해 11월 태스크 포스를 꾸릴 당시엔 국회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대책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입법화돼 법률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여당은 다음주에야 사행성 게임 종합대책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임석규 이태희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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