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무성 사무총장이 김덕룡 원내대표로부터 `여야 지도부간에 과거사법 처리를 연기하는 대신 행정도시특별법을 처리키로 빅딜이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한 해명을 들으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 이번엔 ‘여-야 법안 빅딜담합설’로 분란 가속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처리를 놓고 극심한 분란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여야 지도부가 과거사법과 행정도시법을 맞바꿨다’는 빅딜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도부는 이런 빅딜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 여권의 한나라당 분열공작”이라며 “법적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반대파 의원들은 “과거사법을 한달 연기하기 위해 수도를 팔아먹은 것”이라며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등 분란을 증폭시켰다. 정세균 발언으로 파장, 빅딜설 실체 놓고 설왕설래
‘행정도시-과거사’ 거래설의 발단은 정세균 원내대표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법 처리를 4월로 연기한 것과 관련해 “행정도시특별법 처리만 해도 힘겨운 일이었기에 욕심을 내지 못했다”며 “이 문제(행정도시특별법)을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과거사법을 두달 연기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간곡한 요청 있었다”고 발언한 것에서 비롯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야 지도부는 합의정신을 끝까지 지켜줬다고 본다”면서 “야당 지도부가 합의정신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기회가 되면 빚을 갚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야당 지도부에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때맞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3일 오전 ‘EBS 월드FM 손석춘입니다’의 인터뷰에서 “(여야가) 과거사법과 국가보안법을 다음 회기로 넘기고 행정도시법을 처리하기로 밀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발언과 노 의원의 발언이 보도돼 ‘여야 밀약설’은 기정사실화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안고 똥물에 빠져버린 꼴”
반대파 ‘빅딜설’ 총공세…김덕룡 사퇴 공식 거론
한나라당 행정도시법 반대파 의원들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지도부를 향한 공세에 ’여야 지도부 뒷거래’위혹을 보태며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위헌적 날치기 입법 배경에 열리우리당이 쟁점법안 처리를 4월로 연기해 주는 대신에 한나라당이 수도분할법의 졸속처리를 합의해줬다는 담합이 여당 원내대표의 실토로 드러났다”며 지도부의 해명과 김덕룡 원내대표의 용퇴를 요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과거사법과 행정도시법을 바꾼 것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몽땅 끌어안고 똥물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문수 의원은 “중요한 국가대사를 (지도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서울을 찢어서 지방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인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정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거사법을 한달 연기하기 위해 수도를 팔아 먹은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처럼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행정수도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대파들은 ‘여야 빅딜설’을 지도부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빌미로 활용하면서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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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곤혹속 “여권의 비열한 정치공세 법적투쟁 불사” 일축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실이 아니다. 여권의 비열한 정치공세다. (정세균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진화에 애쓰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과거사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고 이미 본회의에 상정돼 있다”며 “의장이 외유중이니 과거사법이 처리 안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빅딜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처음부터 2월 임시국회는 무정쟁국회, 민생중심의 국회로 가기 위해서 쟁점법안을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한마디로 의도적으로 한나라당 지도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며 “자기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의 진원지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남경필 의원도 “빅딜이라는 표현이 성사되려면 서로 이해타산이 맞아 협상과정이 있고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며 “과거사법을 4월로 연기하는 것이 행정복합도시를 내주고 얻을 큰 사안이냐”며 부인했다. 남 의원은 “어떤 밀약도 없었다”며 “정세균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야당 지도부를 이참에 퇴진시키자는 차원의 정치공작성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여당쪽에 공을 넘겼다. 남 의원은 “곤경에 빠진 야당 지도부에 사쿠라논쟁을 붙이는 것보다 효과적 공격이 어디있겠느냐”며 “여당 지도부의 적절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분간을 못해서 이런 말을 했겠느냐”며 “엄청난 일을 겪고 내홍에 빠져있는데 불에 기름을 끼얹은 의도적 행위이다. 이런 비열한 말 한 것은 옳지 못하고 원내대표 자격없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이 발언 무슨 근거로 했는지, 법적인 절차를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4월로 연기한다고 과거사법 없어지나, 괜한 평지풍파”
한편, 논란의 진원지인 정세균 원내대표는 4일 빅딜설에 대해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회에서 3일 기자간담회 발언과 관련 “과거사법은 본회의 계류중이고 의장이 상정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인데, 만약에 무리하게 관철하려고 할 경우에 혹시 다른 민생법안이나 행정도시특별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항간에 오해처럼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세상에 빅딜이 어디 있느냐. 4월에 처리한다고 과거사법이 없어지느냐”며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쟁점법안을 뒤로 넘기자고 말해왔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데, 괜히 평지풍파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쪽의 정치공세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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