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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대표의 깔끔한 ‘반대파 제압’ 비결은?

등록 2005-03-07 15:59수정 2005-03-07 15:59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 대해 민.형사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 대해 민.형사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분석] 분란 잠재운 박근혜의 자신감…1년만에 헤어스타일도 바꿔

“의원들에게 100% 자유와 자율권을 주었다. 어떤 말을 듣더라고 이런 문제를 내가 관철시켰고, 여기에 대해서 의지를 가지고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표도, 어떤 대표도 나만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박근혜 대표 7일 상임운영위원회 발언)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놓고 분당 직전의 위기로 치닫던 한나라당 내부갈등이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 ‘봉합’되었다. 한나라당의 정상화는 조기 사퇴론이 거론되는 등 심하게 흔들렸던 박근혜 대표의 지도력이 복원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7일 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누가 당 대표로 오더라도 당내 민주화를 나만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여유는 박 대표의 헤어스타일의 변화로도 나타났다. 박 대표는 이날 새롭게 마음을 다잡은 듯, 뒤로 말아올리던 머리모양을 1년여 만에 바꿨다. 퍼머를 다시 하고 자연스럽게 푸는 모양으로 분위기를 새롭게 했다.


흔들렸던 박 대표가 다시 지도력을 복원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명분’ 앞세워 반대파 제압…“천재지변 없는한 당론 안바꿔” 강경
“갈테면 가라” “당론번복 안된다” “원내대표 사표수리” “빅딜설 고소”

박근혜 대표가 내홍을 겪던 당내에서 짧은 시간 안에 지도력을 회복한 것은 다름아닌 ‘결연한 단호함’이었다.

박 대표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당론변경을 요구하는 반대파들에 “천재지변이 아니고서야 표결로 확정된 당론을 번복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당론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박세일 의원 등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의원들에게도 “말에 책임을 지라”며 ‘갈테면 가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서도 곧바로 수리했다. 이뿐 아니라 “과거사와 행정수도를 맞바꿨다”는 여당발 ‘빅딜설’에 대해서도 발언의 진원지인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체없이 고소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단호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박 대표의 태도는 지난 2월초 연찬회에서 당명 개정을 놓고 “반드시 하겠다”고 했다가 “의원들의 반대가 많으니 투표를 하겠다”고 물러선 뒤 “투표도 싫다고 하니 4월말까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 고 하는 등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하던 지난날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박 대표가 이처럼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 있던 것은 당내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반대파보다 절차와 명분에서 저만큼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천도론’을 언급한 반대파와 달리 지방분권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훨씬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차기집권을 위해서라도 충청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박 대표가 행정수도 여야 합의안을 놓고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수도 서울은 지켰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연말 4대입법 처리과정에서 나타났듯 ‘대안없는 발목잡기’로 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을 경험한 박근혜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전략을 여야 협상론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박 대표는 여야 협상론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내 의견수렴을 거쳤다.

행정수도 당론 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의원총회를 2차례 열어 표결을 통해 당론을 추인받았다. 2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반대파들이 농성을 계속하자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한차례 더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고 또다시 당론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박 대표는 형식적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반대파들의 주장을 무력화시켰다. 당론 변경을 요구하며 당직과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원들에 대해 ‘나갈테면 나가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여유도 마찬가지다.

반대파, 정략적 행위로 명분과 정당성 상실

박 대표의 강공에 당황한 것은 반대파 의원들이었다. 반대파 의원들은 지난달 23일 당론표결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라”, “당론 재투표를 실시하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절차상 하자가 없는 당론 변경은 불가하다”는 지도부의 강경한 태도로 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법안 처리를 4월로 연기하라”고 한발 물러섰다. 반대파 의원들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흥분한 목소리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다가 다음날 “지도부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고 물러섰다. 이른바 여야 ‘빅딜설’ 이후엔 “김덕룡 원내대표 사퇴”로 화살을 돌렸다. 반대파들은 박 대표를 흔들어댔으나 낙마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반대파들은 지난달 28일 “수도이전 후속대책 반대농성을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갈등, 대권후보 갈등설 등과 연계시켜 농성 의원들과 당을 음해하고 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나 당론을 무시한 법사위 점거농성이나 본회의 난동 등의 행동은 정략적 의도를 빼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반대파는 명분과 정당성을 스스로 상실한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응용한 표 계산을 언급하며 “충청권 70만표 얻으려다 수도권 500만표를 날렸다”고 했으나 되레 지도부의 ‘충청표 야합론’을 비판한 자신들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이들은 곧 ‘이명박 시장을 대권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수도권표를 지키려 한 정략’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차기대권 ‘빅3’…‘당권경쟁 조기 가시화는 오히려 불리’
“박 대표 체제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한나라당 내분을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당내 차기대권후보군의 대리전으로 볼 수도 있다.

한나라당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도 이들 ‘빅3’의 대권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의 입장에서 박근혜 대표를 끌어내려 조기에 당권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당권-대권분리론이 조기에 가시화될 경우 이 시장 등의 입장에서 한나라당 당권을 접수할 힘이 없는 데다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를 버리고 당권에 올인했을 때 이득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안에서 ‘물러가라, 나가라’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당분간 박근혜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당 일각의 박 대표 조기퇴진론을 일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시장은 임기인 내년 7월까지 박 대표의 당권을 보장하면서 반대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대표를 견제한 뒤 그 이후 당권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박근혜의 ’반대파’에 대한 깔끔한 승리…앞으로도 계속될까

박근혜 대표는 명분과 절차를 내세워 내분에 휩싸인 당을 짧은 시간 안에 봉합했다. 절차와 명분을 무시한 채 박근혜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붓던 당내 반대파의 논리가 박 대표의 ‘결연한 단호함’ 앞에 무참하게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박 대표가 되찾은 당내 지도력이 얼마나 유지될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행정도시 반대파의 막무가내식 당론 무력화에 맞서 명분과 절차를 내세운 박 대표의 논리는 깔끔했다. 하지만 박대표가 한나라당 내부의 수도권세력과 영남세력의 충돌과 분열을 ’민주적 당론 수렴’ 이라고 하는 논리로 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설픈 바느질로 미봉한 곳은 조금만 움직이다 보면 곧 튿어져 속살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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