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은 어떤 정치구도 아래서 치러질까? 내년 대선이 현재의 정치지형과는 다른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계개편이 대선의 향배를 가늠하는 결정적 열쇳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겨레>가 정치 전문가 8명에게 물어봤더니, 6명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반적인 전망과 달리 전문가들은 여권의 분화 및 재통합에 따른 정계개편의 파장보다, 오히려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의 파급력을 더 주시했다.
[여권발 지각변동]
‘분열상황 필패’ 위기의식
국민경선 매개 범여통합
정치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과 고건 및 민주당 세력을 엮어내는 ‘서부벨트’의 복원 여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행로를 여권발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 두 가지 변수가 맞물리고 반작용을 일으키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지형 재편의 모양새를 규정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범여권의 재결집을 촉발하는 요인은 다름아닌 ‘분열상황 필패론’이다. 대선 패배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범여권이 어떻게 해서든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의 구축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헌태 소장은 “비한나라당 진영이 한나라당 후보 확정 이후인 내년 하반기에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매개고리로 통합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민전 교수와 김덕양 대표, 김도종 교수도 이런 시나리오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의 위력에 대해선 회의론이 적지 않다. 박성민 대표는 “고건 전 총리가 선두에 서는 연합전선이 형성되더라도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헌태 소장은 “충청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제가 오리무중인데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 쪽으로 이탈한 수도권 개혁성향 투표층을 회복하기가 지난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합전선이 꾸려지더라도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또다른 변수인 노 대통령의 행로는 ‘탈호남’ 혹은 ‘탈지역주의’라는 기치와 맥이 닿아 있다. 김 소장은 “여당 내부 세력이 만만치 않은 노 대통령이 호남과 연계고리가 있는 비한나라당 연합전선 형성그룹에 맞서는 힘의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민 대표도 “여권 내부에서 호남의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룹이 나올 것이며, 이런 흐름은 필시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라고 비판해온 노 대통령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직계그룹이 호남 중심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여권의 분열을 촉발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도종 교수는 “노 대통령이 지역연합을 넘어선 좀더 미래지향적인 선거연합의 구축을 위해 정치적 도박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맞서는 연합전선을 꾸리려는 힘과, 이를 지역주의 회귀로 비판하는 반작용이 어우러지면서 여권을 넘어서는 정치권 전체의 해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열린우리당의 해체 과정은 정치권 전체의 해체와 재구성을 동반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국면에서 정치권 지형의 일대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과반에 가까운 여당의 붕괴가 힘의 공백을 초래하면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창출하려는 정치권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결국 한나라당 또한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한나라당발 지각변동] 친박·반박 지지기반 달라
새 보수정당 분화 가능성 40%를 훌쩍 넘어 50%에 가까운 기록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쪼개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상상력의 과잉이라고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당심 우위’의 박근혜 전 대표와 ‘민심 우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갈등관계에서 한나라당 균열의 맹아적 조짐을 찾아냈다. 김헌태 소장은 “두 사람의 이런 불일치 상황이 지속되면 ‘친박 대 반박’의 대립구도가 전개되면서 한나라당 내부가 끊임없이 일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가위를 앞두고 벌어진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은 두 사람이 이미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돌입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두 사람이 딛고선 지지기반의 차이는 둘의 갈등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임을 드러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원 선임연구원은 “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혐오감을 매개로 두 개의 유권자 집단이 불안정하게 동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영남 보수층에 기반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이 전 시장을 선호하는 열린우리당 이탈층 및 무당파층은 정치성향이 달라서 화학적 융합을 이루기 어렵고,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헌태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 지지층은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과 겹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호남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티케이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나오고, 이것이 한나라당 분화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분석 역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균열이 갈등의 기본축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균열이 결국엔 한나라당과는 별개의 새로운 보수정당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현재의 당 구조에선 경선 승리가 어려운 손학규 전 지사, 박근혜 진영과 근본적인 노선적 긴장관계에 있는 소장파 그룹,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뉴라이트 진영의 움직임이 이명박 전 시장과 연계되면서 새로운 정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1996년 신한국당과 유사한 정치적 색채를 지닌 보수신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엔 정당을 초월해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는 제정파가 가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대선은 한나라당 후보와 보수신당의 후보, 범여권의 후보 및 민주노동당 후보의 4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김헌태 소장은 “한나라당 주자들의 높은 지지도라는 균열의 동력이 이미 확보돼 있어서 예상밖으로 일찍, 그리고 빠른 속도로 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찻잔 속 태풍 그칠 것” 전망도
“정계개편 움직임이 무성하겠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다.” 김윤재 변호사와 임상렬 대표는 정계개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 모두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느끼는 세력은 많아도 그것을 추진할 힘을 지닌 세력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서 움직이지 않는 한 고건 전 총리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열린우리당이 대선후보를 뽑은 이후에 고 전 총리 등과의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도 “청와대는 정계개편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고, 고건 전 총리도 국민적 붐을 일으킬 요소가 약해 정계개편의 중심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분화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와 ‘이인제 학습효과’가 이명박 전 시장 등의 이탈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임 대표도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정권교체 이후의 전리품’이 이탈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저런 잡음이 있겠지만 결국 경선의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석규 기자
국민경선 매개 범여통합
정치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과 고건 및 민주당 세력을 엮어내는 ‘서부벨트’의 복원 여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행로를 여권발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 두 가지 변수가 맞물리고 반작용을 일으키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지형 재편의 모양새를 규정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범여권의 재결집을 촉발하는 요인은 다름아닌 ‘분열상황 필패론’이다. 대선 패배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범여권이 어떻게 해서든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의 구축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헌태 소장은 “비한나라당 진영이 한나라당 후보 확정 이후인 내년 하반기에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매개고리로 통합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민전 교수와 김덕양 대표, 김도종 교수도 이런 시나리오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의 위력에 대해선 회의론이 적지 않다. 박성민 대표는 “고건 전 총리가 선두에 서는 연합전선이 형성되더라도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헌태 소장은 “충청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제가 오리무중인데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 쪽으로 이탈한 수도권 개혁성향 투표층을 회복하기가 지난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합전선이 꾸려지더라도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또다른 변수인 노 대통령의 행로는 ‘탈호남’ 혹은 ‘탈지역주의’라는 기치와 맥이 닿아 있다. 김 소장은 “여당 내부 세력이 만만치 않은 노 대통령이 호남과 연계고리가 있는 비한나라당 연합전선 형성그룹에 맞서는 힘의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민 대표도 “여권 내부에서 호남의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룹이 나올 것이며, 이런 흐름은 필시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라고 비판해온 노 대통령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직계그룹이 호남 중심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여권의 분열을 촉발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도종 교수는 “노 대통령이 지역연합을 넘어선 좀더 미래지향적인 선거연합의 구축을 위해 정치적 도박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맞서는 연합전선을 꾸리려는 힘과, 이를 지역주의 회귀로 비판하는 반작용이 어우러지면서 여권을 넘어서는 정치권 전체의 해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열린우리당의 해체 과정은 정치권 전체의 해체와 재구성을 동반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국면에서 정치권 지형의 일대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과반에 가까운 여당의 붕괴가 힘의 공백을 초래하면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창출하려는 정치권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결국 한나라당 또한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한나라당발 지각변동] 친박·반박 지지기반 달라
새 보수정당 분화 가능성 40%를 훌쩍 넘어 50%에 가까운 기록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쪼개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상상력의 과잉이라고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당심 우위’의 박근혜 전 대표와 ‘민심 우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갈등관계에서 한나라당 균열의 맹아적 조짐을 찾아냈다. 김헌태 소장은 “두 사람의 이런 불일치 상황이 지속되면 ‘친박 대 반박’의 대립구도가 전개되면서 한나라당 내부가 끊임없이 일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가위를 앞두고 벌어진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은 두 사람이 이미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돌입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두 사람이 딛고선 지지기반의 차이는 둘의 갈등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임을 드러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원 선임연구원은 “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혐오감을 매개로 두 개의 유권자 집단이 불안정하게 동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영남 보수층에 기반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이 전 시장을 선호하는 열린우리당 이탈층 및 무당파층은 정치성향이 달라서 화학적 융합을 이루기 어렵고,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헌태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 지지층은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과 겹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호남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티케이 주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나오고, 이것이 한나라당 분화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분석 역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균열이 갈등의 기본축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균열이 결국엔 한나라당과는 별개의 새로운 보수정당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현재의 당 구조에선 경선 승리가 어려운 손학규 전 지사, 박근혜 진영과 근본적인 노선적 긴장관계에 있는 소장파 그룹,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뉴라이트 진영의 움직임이 이명박 전 시장과 연계되면서 새로운 정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1996년 신한국당과 유사한 정치적 색채를 지닌 보수신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엔 정당을 초월해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는 제정파가 가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대선은 한나라당 후보와 보수신당의 후보, 범여권의 후보 및 민주노동당 후보의 4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김헌태 소장은 “한나라당 주자들의 높은 지지도라는 균열의 동력이 이미 확보돼 있어서 예상밖으로 일찍, 그리고 빠른 속도로 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찻잔 속 태풍 그칠 것” 전망도
“정계개편 움직임이 무성하겠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다.” 김윤재 변호사와 임상렬 대표는 정계개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 모두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느끼는 세력은 많아도 그것을 추진할 힘을 지닌 세력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서 움직이지 않는 한 고건 전 총리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열린우리당이 대선후보를 뽑은 이후에 고 전 총리 등과의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도 “청와대는 정계개편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고, 고건 전 총리도 국민적 붐을 일으킬 요소가 약해 정계개편의 중심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분화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와 ‘이인제 학습효과’가 이명박 전 시장 등의 이탈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임 대표도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정권교체 이후의 전리품’이 이탈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저런 잡음이 있겠지만 결국 경선의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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