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론자들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북한 핵실험 등의 위기 상황임을 감안해 안보.경제 등 국정현안에 집중하고 정계개편 논의 등 정치현안에는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주장은 노 대통령이 최근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를 비롯한 중량급 여권인사들로 정무특보단을 구성하고,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와 여택수(呂澤壽)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노사모의 재결집을 추진하는 등 세 결집 움직임이 감지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정계개편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비상한 상황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 안보.경제 위기 관리체제로서의 내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통령께서는 널리 인재를 구해서 드림팀을 짜고 남은 임기 동안 여기에 집중해서 총력을 기울이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록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안보.경제에 집중해줄 것을 요청하는 선에서 발언을 그쳤지만, 입밖에 꺼내지 않은 그 다음 문장은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에는 손을 떼달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여당 핵심 관계자는 풀이했다.
정무특보단 구성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당을 포함한 통합신당 창당에 대해 `지역주의 회귀가 아니냐'는 노 대통령의 부정적인 언급들이 측근인사와 당내 친노그룹의 전언 형식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적극 차단하는 데 총대를 멘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내달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여당과 참여정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언급하면서 정계개편 논의는 여당이 주도하고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경제와 안보, 민생 현안에 집중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일단 국감을 마치고 의원총회에서 당의 진로를 논의하되 그 결론은 정기국회를 마친 뒤에 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결론은 정기국회 예산.법안 처리가 끝난 뒤로 미루되 내달 2일 의총을 비롯, 다양한 공간에서 정계개편 논의 자체는 열어놓자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에 앞서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도 지난 30일 KBS 라디오에 출연, "(정계개편 논의는) 노 대통령 임기 후에 일어나는 상황을 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고 노 대통령이 주역이 아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토론에 기본의제가 되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과 측근그룹은 정계개편 논의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천정배(千正培) 전 법무장관은 `노무현 배제 신당론'에 대해서는 "함께 가는 게 좋다. 누구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신당 논의에 대해서 만큼은 "우리 장래에 관한 것인 만큼,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치를 하게 될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여당 주도론을 폈다.
여당내 통합신당론자들이 그동안 정계개편 논의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노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일단 `여당 주도'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당내 친노그룹과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지게 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 길'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금년 내에 당장 통합이 진행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하거나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흐름이나 가닥은 빨리 잡는 게 좋다"면서 "민심을 아는 사람이라면 통합이든 신당이든 새로운 당을 만들어 새로운 틀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는 특별하게 반대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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