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나 올려라” “뼛속까지 바꿀 계엄사령부”

10일 오전 염창동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빅딜설\'과 관련해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고소하겠다는 김무성 사무총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 ‘혁신위’ 성격놓고 박근혜대표-홍준표의원 ‘충돌’

한나라당의 ‘혁신’은 가능할까. 한나라당의 혁신프로그램과 혁신위 활동범위를 놓고 박근혜 대표와 당 혁신추진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도부와 혁신위의 인식의 차이는 현격하다.

“당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를 토론해서 보고서를 내놓으면 충분하다. 운영위가 검토한다.”-지도부
“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 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전권을 가진, 일종의 ‘계엄사령부’다.”-혁신위

’혁신위’를 놓고 벌어진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충돌로 나타난다.

박근혜 대표 “내 사전에 재신임이란 없다”

박근혜 대표는 당 혁신추진위원장에 비주류인 홍준표 의원을 임명하는 등 ‘포용의 정치력’를 과시하며 비주류 끌어안기에 나섰으나 정작 혁신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들자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혁신위를 2007년 대선 승리의 기본틀을 짜는 ‘계엄사령부’로 부르고 스스로를 ‘사령관’으로 자처하며 “당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말하며, 박 대표를 향해 날선 공세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7일 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서 “당헌 당규를 전면 개정한 뒤 오는 7월께 전당대회를 소집해야 하며 박근혜 대표는 전대에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박 대표를 향해 직설적 공격을 퍼부었다. 홍 의원은 9일 오전엔 한국방송 ’손관수입니다’에서 박근혜 대표 재신임을 거듭 요구한 데 이어 전여옥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했다.

9일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반박근혜파 의원들의 ‘박대표 재신임, 지도부 사퇴’ 주장이 쏟아져나오자, 박근혜 대표는 “내 사전에 재신임이란 없다”고 반대파 의원들의 공세를 일축했다.

홍준표 의원 “독립기구로 하고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애초 약속위반”

지도부 박 대표와 혁신위 홍 위원장의 ‘날선 대립’은 10일에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10일 홍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는 혁신위의 성격과 위상에 대해 공개적인 ’폄하’를 했다. 박 대표는 이날 당 운영위에서 혁신위에 대해 “독립적으로 한다는 것은 하나의 수사일 뿐이고, 간섭도 없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토론한다는 것이지 거기서 집행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겠는가 의논은 하되 어떻게 안을 만들었는가는 운영위의 동의와 의총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일부 운영위원들이 혁신위원장의 운영위 불참 문제를 지적하자 “확실하게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의무적으로 참석할 필요는 없으나 혁신위 중간보고가 있을 때는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홍준표 의원을 겨냥해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것을 발표해선 안된다. 당의 의견으로 혼돈하기 때문"이라며 "혁신위 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밝혀야 마땅하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당 주변에선 박 대표가 혁신위 활동이 무소불위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이날 운영위 회의를 브리핑하면서 “홍준표 의원에 대한 사퇴 얘기까진 나오지 않았으나 개인적인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게 박 대표를 비롯해 모든 의원들이 공감했다”며 “혁신위 보고에 대해서는 어떤 안건이 있을 경우 이를 운영위에 보고하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혁신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하나의 홍보 방법으로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는 별개”라면서 “논의결과만 얘기하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위원장은 박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마치 대표 자신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니까 그러는 것 같다”면서 “혁신위 활동에 대해 출범부터 지도부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혁신위를 독립기구로 하고 전권을 부여하며 지도부가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 당초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 혁신위는 ‘계엄사령부’ “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 것”

홍준표 의원은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가 혁신위를 구성할 때 혁신위에서 마련하는 안을 지도부가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연필로 가필하지 않고 바로 의총에 올려 추인하기로 약속했다”며 “당 운영위원회에서도 혁신안 통과될 때 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전권을 가진 혁신위를 설치한다고 했다. 이번 혁신위는 지금까지 혁신위나 당 개혁기구와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혁신위의 성격을 규정했다.

혁신위쪽은 10일 행정도시법 당론확정 과정 등을 거론하면서 “논의과정에 충분한 내용을 공개 않고 밀실에서 결론을 내린 뒤 의원들에게 찬성이냐, 반대냐 선택을 강요하는 식의 결정이 얼마나 후유증이 큰지는 입증되지 않았느냐”며 반격하고 혁신위가 당 지도부에 보고안을 제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