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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자영업자 “열린우리? 얘기도 하지마”… 샐러리맨 “한나라 대안 아냐”

등록 2006-11-21 08:38수정 2006-11-28 18:53

[표적집단 심층좌담] 대선주자 선호도
[표적집단 심층좌담] 대선주자 선호도
<한겨레>의 표적그룹 심층좌담에 참가한 시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큰 틀에서 비슷했다. 하지만 각 정당과 대선 주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자영업자와 화이트칼라, 주부 등 세 그룹별로 미묘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 자영업자=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가장 신랄한 비판과 실망감을 쏟아냈다. 내년 대선에서 여권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가장 낮아 보였다. 이는 최근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다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로 바뀌었다는 신오규(49)씨는 “개인택시를 몰면서 의견을 들어보면, 아직도 대학생들은 현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군대 갔다온 젊은이들이나 부모님 용돈 안 받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양덕화(37)씨는 “한나라당은 ‘수구 꼴통’이지만, 열린우리당은 보여준 게 없어서 얘기할 것조차 없다”고 고개를 돌렸다.

▶ 이번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전국의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의 ±4.5%다.

자영업자들은 경제 위기에 가장 민감한 탓인지, 차기 대통령의 기준으로 ‘경제를 잘 하는 사람’을 많이 꼽았다. 그만큼 대선 후보군 가운데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호감도가 높았다. 이 전 시장이 내건 경부운하 건설 구상에 대해서도 “중국도 하는데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대역사를 벌이는 게 좋다”(심태진·53) “이 전 시장이 그동안 해온 걸 보면 믿음이 간다”(이동건·43) 등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


◇ 화이트칼라=자영업자 그룹에 비하면, 30~40대 화이트칼라 그룹에는 ‘반 한나라당’ 정서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한나라당이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핵심 지지층이 수도권의 30~40대 남성 화이트칼라 계층이라는 사실을 이번 심층 좌담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투표했다는 송재원(42)씨는 “한나라당은 과거 집권 여당이 해놓은 경제발전 등에 대한 정책이 없다”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만큼만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지지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인 장병승(37)씨는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3년 동안 국회에서 싸운 것말고는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구상에 다른 그룹보다 훨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민우(41)씨는 ‘최근 이 전 시장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대운하 사건”이라고 즉답했다. 장병승씨는 “경부운하는 참 위험한 발상이지만 어쨌거나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점에서 이명박씨를 다시 한번 좋게 봤다”고 말했다. 반면, 황상원씨는 “운하건설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결국 우리와 후손들이 부담해야 한다. 나라 갉아먹기 딱 좋다”고 반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다른 그룹에선 ‘보수’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화이트칼라 그룹에선 ‘골수 보수’라고 입을 모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 주부=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여성인 주부들 사이에서 부정적 견해가 다수였다는 특징을 보였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김주연(39)씨는 “박근혜씨가 이 난국을 타파할 리더십과 지도력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 아직은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만큼 여건이 성숙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돈을 벌어봤냐.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 서민들의 삶을 하나도 모를 것이다”(고미정·48) “여자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밀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조혜영·49) 등의 얘기도 나왔다.

주부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다른 남성 그룹에 비해 ‘도덕성’에 무게를 두고 평가했다. 한인하(37)씨는 “이 전 시장이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도덕적으로 믿음이 안 생겨서 선뜻 마음이 안 간다”고 말했다. 조혜영(49)씨는 “이 전 시장은 이룰 수 없는 재산을 이뤘다는 점 때문에 도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부동산 문제 인식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 광풍 불러”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묻자, 참석자들은 울분을 토로하듯 말을 쏟아냈다. 특히 주부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김주연(39)씨는 “20대는 지금 꿈이 없다. 요즘 직장인들이 집을 사려면 부모가 정말 잘살거나, 로또 당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 격”이라며 “(대출 규제로) 집 한 채 있고 융자받아 사는 서민들만 죽어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주부 조혜영(49)씨는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물리지 말고, 3채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는 (양도세) 100%를 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부 안민정(39)씨는 “지금은 (정권이 바뀐다고 하니까) 다들 ‘버티면 된다’며 집을 안 팔고 버티고 있어서 집값이 올라간다. 정책을 아무리 좋은 걸 내놓아도 우리가 너무 신뢰를 안 하는데 정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노무현 정부를 변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정영하(34·부동산중개)씨는 “부동산 문제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함에도 정부가 자꾸 건드려 값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송재원(42)씨는 “아무리 잘못된 정책이라도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어제 한 말과 오늘 하는 말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참석자 중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다시 내릴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FGD 조사 어떻게?
샐러리맨·자영업자·주부 나눠 토론

‘에프지디’(FGD)란 ‘포커스 그룹 디스커션’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는 ‘표적집단 심층좌담’이라 할 수 있다. 사회조사뿐 아니라 마케팅조사 등에서 활용되는 질적 조사 방법으로, 흔히 접하는 정당·후보 지지율과 같은 양적 조사 기법과 대비된다.

일반적인 지지율 조사가 이미 형성돼 있는 시민들의 의식이나 태도를 알아보는 사후적 성격이라면, ‘표적집단 심층좌담’은 그 ‘심리적 동기’를 드러내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따라서 단순히 지지 여부 자체보다 지지 형성 과정과 변화, 특히 원인에 주목한다. 진행은 ‘포커스 그룹’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조사자의 심리상태를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7~8명의 비슷한 계층을 같은 공간에 모아 사회자 안내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는 토론 방식을 취한다.

이번 좌담회에는 30~40대 남성 화이트칼라층, 30~50대 남성 자영업 종사자, 자녀가 있는 30~40대 주부층 등 3개 집단이 참가했다. 서울 거주자로 평소 정치 관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며, 가족 중 정당원이나 선거운동원, 피선거권자 등이 없는 사람을 뽑았다.

임상렬/리서치플러스대표
임상렬/리서치플러스대표
각 집단에는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도록 구성했다. 참석자들의 정당 지지율을 일반적인 정당 지지율과 다르게 구성한 것은 더 활발한 토론을 위해 주요 정당 지지자들을 일정 수 이상 안배한 탓이 크다. 일반 지지율 조사에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뒤지는 고건 전 총리가 이번 조사에선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20대와 50대 이상, 지방 등에서 지지율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 이번 토론 그룹은 30~40대 서울 거주자로 국한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 측면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각 그룹의 지지자 구성이 일반 여론조사의 대선 주자 지지율과는 일치하지 않음을 밝힌다.

토론시간은 2시간씩이었으며, 참석자들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 <한겨레> 의뢰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토론이 끝날 때까지 알리지 않았다. 임상렬/리서치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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