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의 개별 접촉면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 부부와 만났다. 일요일 오후 시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미술관 나들이를 하는 차에 이 회장 부부가 안내를 맡은 것이다. 이 미술관의 홍라희 관장은 이 회장의 부인이다. 이날 나들이에는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건호, 딸 정연씨 부부가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1시간30분 동안 미술관의 각종 전시물들을 둘러본 뒤 10여분 동안 이 회장 부부와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순방 중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를 둘러보는 등 미술에 관심이 있다”며 “이날 노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의전상 이 회장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청와대 본관 앞에서 노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함께 수소연료전지 장착 자동차 시승식 이벤트를 했다. 노 대통령은 정 회장과 차를 나란히 타고 “제 임기 동안 (수소전지 사업을) 적극 밀어드리겠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재벌 회장들과 자연스러운 기회를 활용해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은 집권 초기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을 만나는 것을 일부러 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과거처럼 재벌 총수들과 은밀히 만나 뒷거래를 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만남으로써 분위기를 좋게 하고 필요한 정책적 조언도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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