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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카펫 까는 여당…문앞에 선 정운찬

등록 2006-12-21 19:04수정 2006-12-22 00:06

“난 결단력 있는 사람→정치안한다 단언못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2일 가깝게 지내온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점심 약속을 갑자기 취소했다. 감기 탓이라고 했지만, ‘여권의 숨은 카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을 만나는 점에 부담을 느낀 듯하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어제 오늘 보도된 내용은 굉장히 과장됐다”며 “아직까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운찬 대안론=그러나 열린우리당에선 온통 ‘정운찬 얘기’다. 그가 ‘관전자’로만 남아 있지 않겠다는 뜻을 비치면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장은 연일 그를 ‘역량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사석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평화·개혁·번영세력이 승리하려면, 정 전 총장 같은 사람이 반한나라당 전선에 참여하는 게 좋다”고 자주 말한다. 고건 전 총리에게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불가피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배기선·유인태·염동연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도 정 전 총장의 이름을 자주 말한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 전 총장이 나서주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항마”=그의 태도 변화에 여권이 반색하는 일차적 이유는 ‘대안 부재’에 대한 위기감이다. 당내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데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도 정체 상태다. 지금 구도로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커지면서 새인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유인태 의원은 “고 전 총리가 북핵 정국에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인사들은 정 전 총장의 경제 전문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불도저’ 이미지와 대비되는 ‘개혁적 경제학자’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운찬과 이명박이 경제 대 경제로 전선을 형성하면, 이명박 지지자들 가운데 예전 노무현 지지자들은 다 (정운찬 쪽으로) 넘어갈 지 모른다”고 말했다.

여당이 주목하는 정 전 총장의 또다른 ‘매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이다. 그는 총장 시절 서울대 입시안을 놓고 노 대통령과 대결한 적이 있다. 최근에도 부동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참여정부의 실패와 관계가 없으니,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더욱 탐을 낼만한 상품인 셈이다.


정 전 총장이 호남도, 영남도 아닌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도 여권 대선 후보로서 상품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변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 유권자를 흡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력 있을까?=정 전 총장의 정치 경력은 스승인 조순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도운 게 전부다.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야 하는 정치판에서, 평생 학자로 살아온 그가 정치적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조순 전 서울시장과 이홍구·이수성 전 총리 등 학자 출신 정치인들이 모두 (대선 꿈을 꾸다가)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학자 출신들이 좌절한 것은 권력 의지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전과 노선’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정 전 총장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 전 총장은 ‘개혁적 리버럴’의 전형이다. 정치에 잘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행보를 하더라도 상당 기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총장을 잘 아는 정치권 밖의 인사는 “그는 신중하지만 정확하게 정치판을 읽고 있다”며 “야당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여당은 데리고 와서는 버릴 수 있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찬은 누군가

“좌·우 아우른 중도” 자평
김 여당 의장엔 “근태형”

정 전 총장은 끊임없이 정치권의 ‘구애’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일면식도 없는 그를 한국은행 총재로 앉히려 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그는 자주 경제부처 수장의 하마평에 올랐다. 한나라당도 한때 그를 영입하려 애썼다.

200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며 그가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도는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모집 학생보다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왔다. 총장 재직 시절 대학자율론을 내세워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꼴보수와도, 급진 좌파와도 얘기할 수 있는 중도’라고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규정한다. 개방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그는 전공이 화폐·금융 분야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금융학회, 경제학회, 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학 은사인 조순 전 서울시장과는 지금도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는 ‘근태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격의 없는 사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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