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나?
<한겨레>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38.9%라는 높은 지지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총리와의 지지율 격차를 세 배 차로 벌리면서 ‘나홀로 고공 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고 전 총리보다 ‘국민들이 원하는 차기 리더십의 조건’에 훨씬 근접한 모습을 보여줘, 이것이 고공 행진을 하게 하는 주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이명박 지지, 연령·지역 뛰어넘어 확산=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성-연령-지역-직업-학력-가구소득 등 거의 모든 세부 항목에서 다른 후보들을 눌렀다. 특히 서울 거주자(50.5%), 50대(48.2%), ‘가구당 월소득 300만원 이상’(48.1%), 자영업자(45.6%), 남성(43.3%)에서 더욱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주된 지지층인 40~50대는 물론이고, 20대(33.7%)와 30대(37.0%)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20대 12.7%, 30대 11.6%), 고건 전 총리(20대 7.8%, 30대 12.6%)를 크게 앞섰다.
지역별로도 이 전 시장은 수도권 외에, 박 전 대표의 아성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38.2% 지지율로 박 전 대표(25.0%)를 앞서 나갔다. 이 전 시장은 호남 지역에선 비록 고 전 총리(32.0%)에 뒤졌지만, 18.1%의 꽤 높은 지지를 받았다.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호남지역 득표율은 각각 3.3%, 4.9%였다. 이 전 시장 쪽은 “지난해 6월 서울시장을 그만둔 뒤 이 전 시장이 10여 차례 호남을 방문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50.2%가 이 전 시장을 지지했고(박근혜 20.6%),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조차 지지 후보로는 이 전 시장을 지목한 응답자가 각각 31.9%, 24.7%나 됐다.
‘리서치플러스’의 대선 주자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 전 시장 지지율은 지난해 9월13일께만 해도 22.2%로 박근혜 전 대표(22.5%)와 각축을 벌였으나, 북핵 사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해 10월11일 조사에서 30.2%로 올라섰다. 이후 연말께 ‘이명박 대세론’에 탄력이 붙으면서 또한번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박 전 대표와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 추세다.
‘이명박=추진력’이 강점=이명박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 비결이 그의 강점인 ‘추진력’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추진력(44.5%)을 지목했는데, 이 전 시장은 ‘빅3’을 대상으로 한 자질 평가의 ‘추진력’ 항목에서, 응답자의 75.4%(매우 그렇다 50.9%, 그런 편 24.5%)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았다. ‘추진력’ 분야에서 박 전 대표는 40.7%(매우 그렇다 8.4%, 그런 편 32.4%), 고 전 총리는 24.0%(매우 그렇다 4.2%, 그런 편 19.8%)의 긍정 평가를 받는 데 그쳤다. 개혁성 항목에서도 이 전 시장은 63.9%로 박근혜(36.8%), 고건(25.2%)보다 더 개혁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전 시장은 ‘도덕성’ 항목에선 42.3%의 긍정 평가로, 박 전 대표(58.4%), 고 전 총리(49.4%)에 상당히 뒤졌다. 그러나 ‘도덕성’ 항목은 지난 대선에 비해 이번엔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훨씬 멀어져 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성을 앞세운 노무현 정부가 인기가 없기 때문에 관심이 멀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인기가 매우 높지만 (‘추진력’ 항목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라 다른 요인에 의해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선에선 일반 유권자들이 갑자기 떠오른 사람한테 덜컥 투표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여권에서 다른 (대선)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 전 시장의 인기가 굳어져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