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연설서 “차기 대통령” 대신 “내가”
8일간의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방문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상·하원의 한반도 고위관계자 등을 잇따라 만났다. 측근들은 올해 대선의 2대 이슈라는 경제와 안보 문제 가운데 경제를 이 전 시장이 선점했다면, 박 전 대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안보 분야에선 자신이 선두주자임을 강하게 인식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방미 과정에서 강연·면담·질의응답 등을 통해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소신을 밝히거나 “내가 한 번 해보겠다”는 등 공격적 발언을 과감하게 했다. 지난 14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선 “내겐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당당하게 ‘자랑’했다. 2천여명이 모인 로스앤젤레스 미주 후원회 발족모임에선 “여러분들을 보며 결의를 다지게 된다”며 웅변조에 가까운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가 이전에는 ‘차기 대통령은…’ 등 객관적이면서 (겸손한 의미의) 3인칭 주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번 미국 방문에선 ‘차기 대통령’ 대신 ‘내가’라는 말을 더 자주 썼다”며 “적극성과 강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렇게 자신감을 나타내는 데는, 최근 ‘후보 검증’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의원들이 자신에게 우호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자체조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설 연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민생현장 방문에 나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국민들을 많이 만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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