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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조기숙 전 홍보수석 최장집 교수 실명거론 공개비판

등록 2007-02-20 13:35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당연히 우군으로 여기고 제 임무에 소홀했음을 반성”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소위 진보좌파진영을 비판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해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또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조 교수가 '참여정부 실패', 정당한 평가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 기고한 20일자 글은 수신인을 최장집 고려대 교수로 설정한 공개서한 형식이었다.

이 서한에서 조 교수는 노무현 참여정부에 줄곧 비판적인 최 교수를 비난하면서 "당연히 (최 교수를) 우군이라 여기고 제 임무를 소홀히 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교수가 직접 밝힌 '제 임무'란 "청와대 안에 있을 때 최 교수님을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했어야" 하는 일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의 취지가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오해를 빚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조 교수의 언급 중에서 '우군'이라는 대목은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라는 다소 어정쩡한 하나의 개념으로 포괄되던 소위 진보좌파 계열의 분할 구도를 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그간의 각종 기고문이나 인터뷰, 혹은 논저에서 드러난 최 교수의 이념적 성향은 자유보다는 평등에 훨씬 더 많은 무게중심이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양극화에 대한 연이은 비판이라든가,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한미 FTA 협정을 비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한 최 교수 중심의 진보좌파진영을 현 정권이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진보좌파 대 현정권의 대립각을 넘어 다가오는 대선에서 지식인 사회, 특히 진보좌파 계열로 분류되는 흐름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뉴라이트 계열로 대표되는 보수적 시각의 지식인 사회는 그 내부에서도 논란을 유발하기는 하나, 급속도로 한나라당 중심으로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진보좌파계열은 언뜻 보아 분열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최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는 민주정부로서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정부가 실패하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이라고 안 되고 하는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최 교수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거나 그에 우호적이라고 해석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다만, 골수에 가까운 좌파적 성향을 보여준 그가 한나라당은 수구보수니까 무조건 안 된다는 논리에서는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은 시사적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진보좌파진영의 그것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진보진영의 '대동단결'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런 흐름에서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이색적인 논법을 구사한다.

어차피 한나라당이 집권해 봐야 그들이 추구하는 신유주의 정책은 "사회적 양극화를 없애"거나 "민중을 파탄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니, 이를 통해 지금 우리사회의 문제가 "노무현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이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 교수나 손 교수 등의 이른바 진보좌파진영은 대체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원인 진단이나,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표출한다. 최 교수는 아예 참여정부가 개혁적ㆍ진보적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반면, 손 교수 등은 그것을 한국사회 구조적 요인에서 찾는다.

한국의 현대사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사회 거의 모든 모순을 '분단체제'에서 유래한다고 간주한다. 이런 그에게 참여정부의 '실정'을 많이 부각시키면서 공격하는 최 교수의 진단이 수용될 리 만무한 법이다.

백 교수에 의하면 최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점 상당수는 분단체제 전체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를 둘러싼 소위 진보좌파진영 내부간 '투쟁'은 그들의 '분열'을 예고하는 듯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인지, 아닌지는 이번 대선이 가까워지고, 나아가 그것을 통해 새정권이 출범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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