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타협 가능성…손학규·원희룡·고진화 ‘불참’ 배수진
‘검증 논란’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극렬하게 대립하던 한나라당 경선 규정을 둘러싼 전선이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 등 유력 주자 2명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약세 후보 3명이 대립하는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방식’ 고수를 전제로 ‘경선 시기’를 이 전 시장이 요구하는 6월로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대타협 가능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선 방식과 시기 모두 바꿀 것을 요구하는 손학규 전 지사, 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나머지 세 주자는 ‘경선 불참’ 배수진을 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1~2위 주자간 유·불리를 갖고 경선 시기나 방식을 주고받는 식으로 가는 건 심각한 문제다. 나도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쪽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도 “현행 규정에 우리 의견이 전혀 반영 안 돼 있어 경선 불참 가능성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고진화 의원 쪽의 조계원 대변인은 “(경선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뻔한 들러리 경선을 왜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태도 변화는 표면적으론 박 전 대표 본인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25일 대선 주자 간담회 직후, 캠프 회의에서 ‘(경선 시기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마라. 현행 규정대로 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말했다”며 “유·불리를 떠나 원칙대로 현행 규칙을 따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9월 경선’을 주장하던 캠프 인사들의 의견에 별다른 반응이 없던 박 전 대표가 뒤늦게 ‘현행 규정’을 들고 나온 데 대해, ‘방식’ 고수를 위해 ‘시기’를 양보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당원과 일반국민의 참여 비율이 50 대 50(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으로 돼있는 현 경선 규정은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탄탄한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시장 쪽은 박 전 대표 쪽과 ‘대타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주호영 비서실장은 “시기는 시기, 방식은 방식”이라며 국민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규정을 바꾸려면 주자간 합의가 아니라, 당원들에게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태호 조혜정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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