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7일 오전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5~6월께 ‘결단’…명분·모양 고심
‘이달 안 출사’ 부인…통합신당 틀·한나라 경선 변수
“불씨 꺼질라…늦어도 4월 재·보선부터” 여권은 재촉 여권은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 전 총장 본인도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시기다. 정 전 총장은 7일 ‘이달 안에 중대 결심할 것’이란 <문화방송>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맡았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 둘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학기가 끝나는 5월 말 또는 6월 쯤엔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전 총장 역시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5~6월께 중대 결심?=정 전 총장의 이런 태도엔 ‘학교 일’을 내세워 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등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기를 선택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5월 이후 통합신당 추진과 한나라당 경선 판도의 윤곽이 잡히는 걸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과 정 전 총장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와 가까운 정치권 밖의 한 인사는 “정 전 총장이 최근 2~3개월 동안 예전보다 훨씬 진전된 형태로 고민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들어가려면 합당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분을 가진 통합신당의 틀이 갖춰져야 본격 정치 행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읽힌다. 정 전 총장이 여권 인사들의 접촉과 강한 설득에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는 “내가 불쏘시개냐”는 말로 심경을 드러내곤 했다. 고건 전 총리의 낙마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서울시장 선거 실패 사례 탓이다. 개인에겐 삶의 궤적을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일인데, 정치권이 너무 쉽게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정 전 총장은 이날도 “정치권이 자기 의도대로 나를 잘못 이끌려고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권에선 “빨리 나와달라”=그러나 갈길 바쁜 여권은 정 전 총장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다. 통합신당 논의의 불씨가 행여라도 꺼질까 전전긍긍하며 정 전 총장에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각 정치세력이 그의 영입을 통해 세를 키워보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정 전 총장이 서둘러 정치 선언을 하는 게 도움이 안된다”며 시기 조절을 말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탈당파 의원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은 지난 3일 정 전 총장을 만나 신당 참여를 제의했다.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가로 탈당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또 4월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지원 유세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지지도가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또다른 탈당파 의원들의 ‘민생정치모임’은 정 전 총장과 긴밀한 관계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 대선 주자인 천정배 의원도 “더 이상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며 정 전 총장의 결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정치모임의 다른 의원은 “대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다르다. 충분한 검증과 경험의 시간이 필요하다. 4월 재·보선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해야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리우리당은 소외돼 있다. 정 전 총장도 열린우리당의 ‘완전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을 나눠질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아직 중립적…꽃가마 탈 생각은 없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인터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현 경제학부 교수)은 7일 오전 서울대 연구실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어떤 형식의 참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에 참여한다면 그 시기는 학기가 끝나는 5월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대 결단’ 또는 ‘4월 재·보궐선거 참여’ 관측이 나온다.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맡았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 둘 수 있겠냐. 난 교수들이 정치권에 왔다갔다 했던 것에 비판적이다. (4월 대전의 재·보선을 지원해 달라는) 그런 제의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난 학기 중에 (나를 대신해 강의할) 시간강사를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대전 재·보선에서) ‘(나와 같은 고향인) 공주 출신의 심대평씨를 뽑아주시오’라고 할 수 있겠나. 그건 지역주의다. -정치를 할 생각인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뉴트럴(중립적)하다. 정치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정치권은 자기 의도대로 나를 잘못 이끌려고 한다. 언론은 나를 재촉하며 스파링 파트너로 만들려고 한다. -정치를 하더라도 그 시기는, 학기가 끝나는 5월 말이나 6월 정도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충청권 의원들이 ‘함께 하자’고 요청하지 않나? =그런 적 없다. 난 누가 충청권 의원인지도 잘 모른다. 이상민 의원(열린우리당)은 현충원에서 한번 봤다. 이진구 의원은 한나라당인가? 홍문표 의원(한나라당) 정도는 안다. -최근 통합신당 쪽의 누구를 만났나? =평소에 알던 사람인데, 누구를 만났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얘기(정치참여 권유)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정 전 총장을 ‘꽃가마’에 태워 영입하려는 것 같다. =난 꽃가마 탈 생각 없다. -꽃가마 탈 생각이 없으면 본인이 뭔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알아서 생각하라. 나도 점점 정치적 수사에 능해지고 있다. -요즘 지방에 내려가 강연을 자주 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래 전부터 약속된 것이었고, 또 그런 식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선 출마설이 나오니까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가? =벌써부터 “축하한다”고 전화하는 사람이 있다. 아내가 ‘정치 시작하면 누가 월급 주는 거냐’고 묻더라.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불씨 꺼질라…늦어도 4월 재·보선부터” 여권은 재촉 여권은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 전 총장 본인도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시기다. 정 전 총장은 7일 ‘이달 안에 중대 결심할 것’이란 <문화방송>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맡았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 둘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학기가 끝나는 5월 말 또는 6월 쯤엔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전 총장 역시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5~6월께 중대 결심?=정 전 총장의 이런 태도엔 ‘학교 일’을 내세워 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등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기를 선택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5월 이후 통합신당 추진과 한나라당 경선 판도의 윤곽이 잡히는 걸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과 정 전 총장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와 가까운 정치권 밖의 한 인사는 “정 전 총장이 최근 2~3개월 동안 예전보다 훨씬 진전된 형태로 고민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들어가려면 합당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분을 가진 통합신당의 틀이 갖춰져야 본격 정치 행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읽힌다. 정 전 총장이 여권 인사들의 접촉과 강한 설득에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는 “내가 불쏘시개냐”는 말로 심경을 드러내곤 했다. 고건 전 총리의 낙마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서울시장 선거 실패 사례 탓이다. 개인에겐 삶의 궤적을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일인데, 정치권이 너무 쉽게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정 전 총장은 이날도 “정치권이 자기 의도대로 나를 잘못 이끌려고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권에선 “빨리 나와달라”=그러나 갈길 바쁜 여권은 정 전 총장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다. 통합신당 논의의 불씨가 행여라도 꺼질까 전전긍긍하며 정 전 총장에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각 정치세력이 그의 영입을 통해 세를 키워보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정 전 총장이 서둘러 정치 선언을 하는 게 도움이 안된다”며 시기 조절을 말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탈당파 의원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은 지난 3일 정 전 총장을 만나 신당 참여를 제의했다.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가로 탈당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또 4월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지원 유세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지지도가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또다른 탈당파 의원들의 ‘민생정치모임’은 정 전 총장과 긴밀한 관계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 대선 주자인 천정배 의원도 “더 이상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며 정 전 총장의 결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정치모임의 다른 의원은 “대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다르다. 충분한 검증과 경험의 시간이 필요하다. 4월 재·보선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해야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리우리당은 소외돼 있다. 정 전 총장도 열린우리당의 ‘완전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을 나눠질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정운찬 발언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아직 중립적…꽃가마 탈 생각은 없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인터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현 경제학부 교수)은 7일 오전 서울대 연구실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어떤 형식의 참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에 참여한다면 그 시기는 학기가 끝나는 5월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대 결단’ 또는 ‘4월 재·보궐선거 참여’ 관측이 나온다.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맡았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 둘 수 있겠냐. 난 교수들이 정치권에 왔다갔다 했던 것에 비판적이다. (4월 대전의 재·보선을 지원해 달라는) 그런 제의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난 학기 중에 (나를 대신해 강의할) 시간강사를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대전 재·보선에서) ‘(나와 같은 고향인) 공주 출신의 심대평씨를 뽑아주시오’라고 할 수 있겠나. 그건 지역주의다. -정치를 할 생각인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뉴트럴(중립적)하다. 정치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정치권은 자기 의도대로 나를 잘못 이끌려고 한다. 언론은 나를 재촉하며 스파링 파트너로 만들려고 한다. -정치를 하더라도 그 시기는, 학기가 끝나는 5월 말이나 6월 정도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 -충청권 의원들이 ‘함께 하자’고 요청하지 않나? =그런 적 없다. 난 누가 충청권 의원인지도 잘 모른다. 이상민 의원(열린우리당)은 현충원에서 한번 봤다. 이진구 의원은 한나라당인가? 홍문표 의원(한나라당) 정도는 안다. -최근 통합신당 쪽의 누구를 만났나? =평소에 알던 사람인데, 누구를 만났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얘기(정치참여 권유)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정 전 총장을 ‘꽃가마’에 태워 영입하려는 것 같다. =난 꽃가마 탈 생각 없다. -꽃가마 탈 생각이 없으면 본인이 뭔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알아서 생각하라. 나도 점점 정치적 수사에 능해지고 있다. -요즘 지방에 내려가 강연을 자주 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래 전부터 약속된 것이었고, 또 그런 식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선 출마설이 나오니까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가? =벌써부터 “축하한다”고 전화하는 사람이 있다. 아내가 ‘정치 시작하면 누가 월급 주는 거냐’고 묻더라.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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