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천주교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원칙 말했을 뿐” 해명 불구 대선판도 의식발언 시각
정치개입 논란 불거질듯
정치개입 논란 불거질듯
노대통령, 손학규 비판 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보따리 장수’에 빗대 독하게 비난했다. “민주주의 원칙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 주자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공격이 처음은 아니다. 고건 전 총리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 여권은 물론이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예외없이 줄줄이 공격당했다. 지난달 6일엔 “남의 양어장에 와서 낚싯대만 던져 놓으면 되는가”라며 여권 한쪽에서 나온 ‘손학규 대선후보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을 언급한 것으로 손학규 전 지사만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도 “정치적 일관성과 윤리에 대한 문제 의식을 표출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 대선 주자를 흠집내거나 대선 판도를 노 대통령 의도대로 이끌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대선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런 문제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두고 국정 현안에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용의 시시비비를 떠나 생경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의 탈당이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왔는데, 국민들이 (손 전 지사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손 전 지사 비판이 대선 판도를 의도대로 끌고가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손 전 지사가 유력한 여권 후보로 부상하면서 열린우리당이 그 힘에 밀려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걸 우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민생정치모임 정성호 대변인은 “대통령이 끝까지 정치를 하고 여권 주자들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이 “실패한 인사”라고 비판했던 고건 전 총리가 얼마 뒤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이 이미 대선 구도에 개입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치밀한 구상에서 비롯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정치권의 최근 흐름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물론, 열린우리당 탈당파까지 모두를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대선의 관전자’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신승근 김태규 기자 skshin@hani.co.kr
손학규 “무능 진보의 대표는 노대통령” 정면 반박
“정치 평론 멈추고 민생 걱정 하길” 손학규 전 지사는 20일 자신의 탈당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하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공격은 익히 예상했지만, 노 대통령의 비난은 어이가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제가 말하는 무능한 진보의 대표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극복 대상”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국무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게 별로 믿겨지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정치 평론은 그만하고, 민생 걱정을 진지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는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양쪽에서 손 전 지사를 공격하는 게 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측근인사는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똑같은 얘기를 한 것은, 앞으로 새 정치가 노무현식 정치, 한나라당식 정치를 극복해야 된다는 걸 잘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수원 공보실장은 “(대통령 발언은)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내부용 발언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엔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서 불쏘시개가 되라면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고 정계개편에 적극적인 태도를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 참배로, 탈당 이후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호국영령과 4·19 정신은 내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그 정신을 받들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손학규 “무능 진보의 대표는 노대통령” 정면 반박
“정치 평론 멈추고 민생 걱정 하길” 손학규 전 지사는 20일 자신의 탈당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하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공격은 익히 예상했지만, 노 대통령의 비난은 어이가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제가 말하는 무능한 진보의 대표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극복 대상”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국무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게 별로 믿겨지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정치 평론은 그만하고, 민생 걱정을 진지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는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양쪽에서 손 전 지사를 공격하는 게 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측근인사는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똑같은 얘기를 한 것은, 앞으로 새 정치가 노무현식 정치, 한나라당식 정치를 극복해야 된다는 걸 잘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수원 공보실장은 “(대통령 발언은)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내부용 발언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엔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서 불쏘시개가 되라면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고 정계개편에 적극적인 태도를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 참배로, 탈당 이후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호국영령과 4·19 정신은 내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그 정신을 받들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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