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사흘째
국회의원 40명, 오늘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노무현 대통령이 아이엠에프(구제금융체제)의 아픈 기억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걱정된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부가 지금이라도 졸속 협상 중단을 선언한다면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천정배 의원) 한-미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두 의원이 발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지만, 이들은 매일 단식일기와 방명록 공개 등을 통해 에프티에이 반대 여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대선용 쇼’라는 한나라당 비판에도 이들은 “한나라당은 에프티에이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 없이, 뒷짐만 지고 비난만 일삼는 무책임한 행태를 일삼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단식 3일째인 김근태 전 의장은 농성장 방문자들을 상대로 한 ‘에프티에이 특강’에서 “노 대통령이 ‘(에프티에이 같은 정책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다음 정권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자부심도 좋지만 실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덕수 총리 지명자에 대해 “소문난 시장주의자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경제·외교 관료의 대표 주자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지원단장도 맡고 있다”며 인준 반대 의견을 거듭 밝혔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과 〈조선일보〉, 한나라당 사이에 ‘한-미 에프티에이 3각 동맹’이 형성돼 있다”는 성명을 냈다. 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가장 강력하게 밀어주는 언론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 보수 언론이고, 정치권에서 가장 밀어주는 세력은 한나라당”이라며 “협상을 타결시킨다면 노 대통령은 이들의 지원을 받아 나라를 팔아먹은 데 대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와 임종인 의원도 각각 22일째, 3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권오을(한나라당)·김효석(민주당)·김태홍(민생정치모임) 등 국회의원 40명은 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졸속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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