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장관 싫어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또다시 정치권의 입길에 올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된 게 계기다.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유 장관을 입각시킨 데엔, 국민연금 개혁이란 난제를 맡겨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해본다는 뜻이 있었다. 유 장관으로서는 국민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이를 발판삼아 정치권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려 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 장관은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늘 이 시각부터 복지부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민연금 개혁에 착수하겠다. 이제는 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새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을 유 장관과 연결시켜 정치적으로 풀이하는 기류가 강하다. 연금법 개정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유 장관에 대한 의원들의 ‘거부’가 상당히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표결 당일인 2일 본회의장에서 이미 예고됐다. 열린우리당의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면서 “모 인사가 밉고, 정부가 밉고 여러가지 밉다고 부결시키진 말아 주십쇼”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이 말한 ‘모 인사’란 물론 유시민 장관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유 장관이 싫어서 정부 안에 반대한다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표결 당일, 유 장관은 국회 브리핑실까지 찾아 정부 개정안의 통과를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부결이었고, 본회의장에 있던 유 장관 표정은 일그러졌다. 출석의원 270명의 과반수인 136명 찬성이 필요했지만, 찬성표는 13표 모자란 123표였다. 반대가 124표였고, 기권이 23표였다. 기권표 가운데에는, 유 장관과 열린우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노 대통령 통치스타일을 비판하며 탈당한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 14명이 포함돼 있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