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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당락 가르는 ‘위력’에 아전인수 ‘유혹’

등록 2007-04-19 21:07수정 2007-04-19 22:22

‘정치 여론조사’ 신뢰성 공방
‘정치 여론조사’ 신뢰성 공방
‘정치 여론조사’ 신뢰성 공방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조사’ 공방을 계기로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온 여론조사의 신뢰성 논쟁이 불붙고 있다. 앞으로 12월 대선 때까지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 둘러싼 신경전=19일 동시에 발표된 <와이티엔-글로벌리서치> 조사와 <시비에스-리얼미터> 조사를 놓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쪽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박 전 대표 쪽의 한선교 대변인은 이 전 서울시장 지지율이 34.1%로 떨어진 <와이티엔-글로벌리서치> 조사를 강조하면서 “(이 전 시장이 갖고 있던) 20%의 허수가 본래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쪽의 송태영 공보특보는 “<시비에스-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4.2%포인트 올랐다”고 강조했다.

양쪽은 서로 여론조사기관과의 ‘유착’까지 거론하며 공격했다. 박 전 대표 쪽의 최경환 의원은 “이 전 시장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어느 여론조사 기관의 경영진과 이 전 시장이 동향으로 특수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쪽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에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온 기관의 대표는 ‘친박’ 중진 의원과 밀접한 관계”라고 맞받았다.

여론조사, 왜 제각각인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확한 표본 추출과 설문 과정을 거치는 여론조사라면 당연히 믿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제각각이다 보니, 여론조사의 신뢰성 자체가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의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1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고희선 한나라당 후보가 37.8%, 박봉현 열린우리당 후보가 16.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16일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는 고 후보가 21.1%, 박 후보가 28.4%로, 정반대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질문할 때 한국갤럽 조사는 ‘한나라당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식으로 소속 정당을 앞세웠고,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선 ‘경기도 새마을회장 한나라당 고희선’식으로 대표 경력을 앞세웠다”며 “유권자의 응답이 정당 지지율에 쏠리는 경향 때문에 소속 정당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19일 <와이티엔-글로벌리서치> 조사 결과처럼,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매트릭스’의 나윤정 부사장은 “‘선호도’와 ‘지지도’ 가운데 어떤 용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설문 앞부분에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뒤 지지 후보를 물으면, 앞의 질문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표 쪽의 이혜훈 의원은 “지금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먼저 묻고 이런 경제 상황을 극복하려면 누가 낫겠냐고 물어서 (이명박) 지지를 유도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비교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비교
여론조사에 대선 후보군을 얼마나 포함시키느냐도 변수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예를 들어, 정몽준 의원을 선택지에 포함시키면 이명박 전 시장 지지율이 일정 부분 낮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방식과 관련해, 자동응답(ARS) 방식은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면접 방식에 비해 응답률이 적고 전국적인 성별·지역·연령별 표본을 뽑아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전 시장 쪽이 박 전 대표 캠프의 자체 여론조사를 비판하는 주된 근거다.

여론조사기관 ‘티엔에스’(TNS)의 이상일 본부장은 “이런 점들을 무시한 채 서로 다른 조사기관의 자료들을 혼합해서 ‘지지율’이라는 수치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은 수치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성연철 김태규 기자 jaybee@hani.co.kr


정치 여론조사 누가하나?
정치인 참모 겸업 ‘편향성’ 논란

“고객 입맛 맞추는 기생팔자” 고충 호소도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기생 팔자다.”

정치판에서 이름이 알려진 한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의 얘기다. 자신의 정치적 가치와 무관하게 의뢰자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을 때의 괴로움을 토로한 말이다.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이력은 다채롭다.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가 높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실무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민간 학술기관이나 정당,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많다.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 1세대인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원래 대기업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김정훈 ‘미디어리서치’ 사장은 재단법인 대륙연구소 출신이다. 김헌태 소장은 티엔에스(TNS)에서 근무했다. ‘폴앤폴’ 고문인 홍석기씨는 국민회의와 민주당 정세분석실장으로 일했다.

이들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정치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효용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민정당 국책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디인포메이션’ 대표로 일했던 김행씨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의원이 만든 국민통합21의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현재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인 조용휴씨는 ‘폴앤폴’ 대표였다.

문제는 이들이 여론조사와 정치를 사실상 ‘겸업’하는 경우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공신력을 평가받는 국내 유수 여론조사기관 관계자가 특정 정치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편향적인 조사를 내놓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설문 디자인 과정 등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에 미묘한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특정 정치인과 일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우려해 한 여론조사기관이 특정 정치인 캠프의 여론조사와 언론사 여론조사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다. 여론조사기관이 이용자 관리 차원에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만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캠프와 언론사 여론조사를 함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여론조사 제대로 읽으려면
오차범위 ‘숫자의 함정’ 피하라

여론조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함량 미달의 부실한 여론조사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언론이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들이 손쉽게 여론조사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한다.

◇ 오차 범위에 주목해야= 통계학적으로 볼 때 여론조사 결과는 특정한 수치를 찍어주는 ‘점’의 개념이 아니라 오차범위를 감안한 ‘면’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오차범위가 ‘±3.1%’라고 할 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여론조사 결과 나온 지지율 수치보다 3.1% 높을 수도 있고 그만큼 낮을 수도 있다. 때문에 두 후보의 차이가 6.2% 미만일 때는 ‘경합, 접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누가 더 ‘우세하다’고 표현해서는 안된다.

◇ 설문 문항 꼼꼼히 살펴야=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낫다고 보는가’와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를 찍겠나’라는 물음은 분명 다르다. 설문 문항 자체에서 답변을 유도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 하위표본 해석의 타당성= 표본 수가 1천명이라도, 인구 비례를 반영해 전국 단위의 조사를 할 경우 지역별 표본 수는 제주도 10명, 강원도는 31명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제주·강원 인구의 몇%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구체적인 조사정보 공개해야= 선거법 108조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표본 선정방법, 조사 지역·일시·방법, 응답률을 공표하게 돼있다. 이런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여론조사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만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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