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한나라의 변덕 “대통령 발언 우려” 선회

등록 2005-03-24 14:00수정 2005-03-24 14:00

24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등 상임운영위원들이 염창동 당사에 보관 되어 있는 컨테이너 건물에서 회의를 열고 4월 임시국회 전략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
24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등 상임운영위원들이 염창동 당사에 보관 되어 있는 컨테이너 건물에서 회의를 열고 4월 임시국회 전략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


대일강경발언에 ‘바람직’→‘외교를 내치수단으로” 비판

“대통령으로서 일본에 시정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3일 발언)

“중국에서 쓰고 있는 외교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련의 대통령의 발언이 옳은 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박근혜 대표 24일 상임운영위원회 발언)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과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청와대 홈페이지 발언에 대해 ‘당연한 대응’이라며 환영과 지지를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그 동안 정부가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 외교’로 일본을 상대하라고 요구해 온 터라 대통령의 발언에 정서적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박 대표 23일, “노 대통령의 태도는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표는 23일 이정현 부대변인의 입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박근혜 대표는 일본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해왔다”며 “노 대통령의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외통위 소속인 박성범 의원도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국민감정에 비춰 볼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태도는 하루가 되지 않아 ‘당연한 대응’에서 ‘우려’로 바뀌었다.


23일 박근혜 대표가 조선일보를 오독하고 하지도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전제로 비판과 당 공식 논평을 쏟아낸 지 하룻만이다. ▶ 관련기사 : 돌아온 박근혜대표 ‘헛발질’로 출발

박근혜 대표는 24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육군 3사관학교에서 발언이나 외교전쟁 일련의 발언을 들으면서 중국에서 쓰고 있는 외교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말인데 드러내놓지 않고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일련의 대통령의 발언이 옳은 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24일엔 “외교를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해서는 안된다” 반대 선회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일단 시원하게 생각할 것이고 근본적으로 우리도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좀더 세련되게 해줬으면 한다”고 발언의 내용보다 방법론에 트집을 잡았다.

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최후의 국면 조정자로서 뒤에서 묵직하게 있으면서 세련되게 있어야 한다”며 “외교를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외교부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고 외교부는 독도법이나 한·일어업협정을 소홀히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느닷없이 강경포를 쐈다”며 “국정운영 시스템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맹형규 의원도 “대통령이 할 말과 야당이 할 말이 다른데, 대통령의 말은 속이 후련하지만 예민한 외교적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물러설 수 없는 것으로 몰고가는 것은 사태해결이나 외교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설 보고 한나라당 태도 달라졌나?

▲ 23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박근혜대표가 노무현대통령의 육군3사관학교 연설과 관련한 강재섭 원내대표의 보고를 굳은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하루 만에 "찬성에서 우려와 걱정으로"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판은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은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논조와 묘하게 닮았다.

<조선일보>는 24일자 ‘대통령이 할 말을 도맡는 외교에 대한 걱정’이라는 사설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외교사안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외교부 장관의 업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며 “그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버리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공언한 것에 빗대 “국가안보의 최종 수문장인 대통령이 정위치를 벗어나 일 있을 때마다 운동장 가운데로 뛰어나오게 되면 경우에 따라 나라가 위기에 처하거나 망신을 당할 위험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런 내용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주무 장관이 나서는 모양이 좋다”며 “대통령은 외교의 최종 결정자다. 함부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크며, 잘못되었을 경우 무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당장에는 국민의 감정적 지지를 얻는 효과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 나라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통령은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아니라 외교적 레토릭(수사)이나, 방법이 문제”라며 “어제(23일)는 상황을 자세히 몰랐으나 외교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과 협의가 부족했고 외교적인 수사나 관행에 어긋난다는 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