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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일 당분간 외교 동결상태

등록 2005-03-24 18:52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장성 보직 및 진급신고를 받고,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장성 보직 및 진급신고를 받고,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카노대사 안 돌아오고
4월 외무회담도 불투명

한-일 관계가 외교적 갈등의 부담을 안은 채 불가피하게 전략적 조정기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과 후소사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촉발된 정부의 한-일 관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반성이 미래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진통을 겪었던 한-미 관계의 재조정을 떠올리게 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외교 차원에서 한-일 간의 소통은 당분간 극히 제한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23일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그런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향후 한-일 관계를 ‘외교’가 아닌 ‘역사 바로 세우기’ 내지 전략 차원에서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고, 거기에는 외교적 봉합이나 타협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미 한-일 관계는 외교적으론 동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3일 일본으로 돌아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는 아직까지 서울에 오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채널은 양국 주재 대사관을 통해 실무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은 다음달 6일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에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을 보내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으로선 이런 자리에 외상을 안 보낼 이유가 없으나 국회회기 중 외상이 출석 못하는 데 대해선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한-일 관계의 냉각으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 이처럼 ‘외교가 없는 상태’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 또한 마땅치가 않다. 노 대통령은 일본의 왜곡된 과거사 인식과 패권주의가 동북아 평화와 협력 구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라는 판단을 분명히 드러냈다. 여기에는 중국을 겨냥한 미-일 공동전선에 한국이 휩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담화는 특히 미국의 후원 아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및 재군비, 보통국가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접근에 대해선 국제정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통해 중국을 포위·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균열을 냄으로써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미국 모두로부터 소외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기존 대일정책은 애초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며 과감한 정책 전환을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는 24일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 등에서 일본의 협조를 기대했으나, 일본은 미국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했다”며 “한국이 할 말을 해야 일본에서도 양심적인 사람들이 그걸 근거로 일본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노대통령 담화’ 일본반응

“직접 나서 과잉반응 민간교류 냉각 우려”

고이즈미는 직접언급 피해…우익 “북한과 비슷”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대일관계 인식을 밝힌 데 대해 일본 정부나 언론은 물론 일본의 한국 전문가들도 노 대통령의 생각과는 큰 인식차를 보였으며, 이런 인식차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이 강경 대응의 전면에 나선 점이 이들의 당혹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는 “한국 정부의 대일 기조가 너무 갑자기 바뀌어서 뜻밖”이라며 “일본인들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어떤 다른 목적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인들의 관점에선 냉정함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국 전문가들은 두 나라 국민 사이에 인식차가 가장 큰 대목으로 독도 문제를 꼽았다. 이들은 일제 식민지배의 첫걸음인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에 한 독도 편입 고시를 기념해 시마네현이 조례를 제정한 것은 문제가 있고, 그에 따른 한국 국민들의 거센 반발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렇지만 이전에도 영유권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단정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영토문제가 일본인들도 절실하게 느끼는 역사왜곡 문제와 뒤섞이는 바람에 한국 쪽이 과잉반응하는 것으로 비치고 일본 지식인들이 호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고하리 스스무 시즈오카현립대 교수(현대한국정치)는 노 대통령이 정책 전환의 이유로 ‘조용한 외교’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든 데 대해 “양국 국민 사이의 친근감이나 현 일본 정부의 햇볕정책 지지 등을 볼 때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민간교류가 더욱 필요한데 “대통령이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긴 했지만 직접 나섬으로써 민간교류가 냉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 인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한국 정부의 의도와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노 대통령 담화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고,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설명을 듣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에선 한국 정부의 대일 비판을 너무 ‘국내용’으로 치부했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와 자민당 일부에선 “말문이 막힌다” “감정적 표현이 많은 게 북한과 같다” “한-일 관계를 시궁창에 버리는 것” 등 불쾌감을 담은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노 대통령 담화를 국내 정치일정과 연계해 분석하면서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핵 6자회담 등에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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