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
브루스 커밍스 “스칼라피노 교수 등 정권출범 뒤 한국 대기업 고문 채용”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정·관·학계 엘리트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력장악을 지지한 대가로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고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시카고대)가 비판했다.
커밍스 교수는 18~19일 전남대 등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5·18과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발표할 논문 ‘5·18과 한국 현대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력 장악에 대해 미국의 광범위한 정·관계 엘리트들이 지지를 보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칼라피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의 경우, 광주 민주화운동을 한 달 앞둔 1980년 4월 방한해 옛 소련이 김일성의 무장 통일 정책을 정력적으로 지지했다고 강조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한국을 다시 찾아 같은 논리를 폈다고 커밍스 교수는 말했다. 스칼라피노 교수의 이런 주장은 남한 안의 내부 갈등이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당시 지미 카터 행정부의 시각과 일치했다고 커밍스 교수는 지적했다. 커밍스는 또 “스칼라피노 교수가 당시 미국 인사 가운데 누구보다 빨리 한국을 찾아 전두환 체제를 사실상 지지했고, 전 정권 출범 뒤 대우 고문으로 고용돼 연간 5만달러의 자문료를 챙겼다”고 밝혔다. <한국공산주의운동사>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등의 저서를 펴낸 스칼라피노 교수는 커밍스와 함께 대표적인 아시아 문제 석학으로 꼽힌다.
리처드 홀브룩 당시 동아태 담당 차관보, 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헤이그, 스피로 애그뉴(닉슨 정권의 부통령) 등도 같은 시기에 한국 대기업의 고문으로 채용됐으며 이들 모두 직·간접적으로 전 정권을 지지했다고 커밍스 교수는 주장했다. 홀브룩 차관보의 경우 “광주에서 많은 생명의 희생이 벌어졌을 때,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독재자에 대한 인내와 북한에 대한 우려를 (한국민들에게) 조언했다”고 커밍스는 밝혔다.
1970년대 주한 미군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스틸웰에 대해 커밍스 교수는 “광주민주화운동 직전 서울을 찾아 (미국의)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든, 공화당은 전두환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약했다”고 말했다. 스틸웰은 1986년 옛 한일그룹 고문직에 채용됐다.
커밍스 교수는 “광주항쟁의 교훈 가운데 하나는 미국 지도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여러분(한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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