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장 사과하라” 빗속 회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여의도 사무실 앞에서 ‘장애아 낙태’ 발언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회견 뒤 이 전 시장 사무실을 점거한 채 이 전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이번엔 ‘장애아 낙태 용인’ 발언 물의
“용어 선택 오해 소지” 해명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아의 낙태를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장애인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전 시장은 16일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8개 장애인단체 회원 20여명은 16일 서울 여의도 이 전 시장 사무실을 점거하고, 이 전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등 회원들은 “(이 전 시장 발언은) 장애인 생명은 존중될 가치가 없다는 뜻”이라며 “‘강한 자 살아남기’ 식의 우생학적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론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저녁 강릉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애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낙태를 반대한다.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14조 1항 내용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장애인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 택시 운영, 장애인 전문치료병원 설립 등 장애인 복지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은 일제히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비난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480만 장애인을 울리고 가슴에 대못질을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양형일 중도개혁통합신당 대변인도 “자신이 한 말의 의미와 무게조차 가늠하지 못한다면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프라이드 없는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한다”고 한 ‘노조 비하’ 발언, 60~70년대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을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 입은 사람들”이라고 빗댄 발언 등으로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권태호 최원형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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