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맞아 손 전 지사의 방북 등을 화제로 환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의선 연결 업적 이뤄” … ‘범여권 연대’ 본격 행보 분석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을 찾았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의 북한 방문 결과를 김 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게 손 전 지사 쪽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손 전 지사가 최근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데 이어 김 전 대통령을 찾은 것을 두고, 이른바 ‘범여권’과의 연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을 극진하게 예우하며 햇볕정책의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모내기 지원 사업을 위해 다녀온 지 1년 만에 북한을 다시 다녀왔다”며 “제가 벼농사 시범사업을 한 것 등을, 북한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또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사업 등을 예로 들며 “(김 전 대통령이 만든) 남북간 소통 정책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만큼 진전돼 큰 보람을 느끼실 것 같다. 남북관계 발전이 공동 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햇볕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남북 철도가 러시아로 연결돼 유럽으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북한에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좋을 것”이라며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물류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1시간 남짓 비공개로 대화를 했다. 손 전 지사 쪽은 “주로 남북관계 현안 등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 개편 문제도 논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정치권에선 강하게 나온다. 새해 인사 등 의례적인 방문을 제외하고 손 전 지사가 동교동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전 지사의 동교동 방문은 ‘햇볕정책’을 매개로 김 전 대통령과의 ‘동질성’을 부각함으로써, 범여권 후보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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