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되면 자유토론 어려워” 결론만 찔끔
대법원·헌재는 실명으로 소수의견도 공개
대법원·헌재는 실명으로 소수의견도 공개
최근 중앙선관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연이어 심사하면서 전체회의 회의록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등 논의 과정을 철저히 보안에 부쳐 불필요한 ‘비밀주의’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8일 노 대통령의 원광대 발언, 6·10 항쟁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 내용 등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데 6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쳤다. 그 결과, 노 대통령이 선거법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또 사전 선거운동 여부에 대해서는 유례 없는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지만, 중앙선관위원들은 “논의 과정을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적법, 불법, 판단유보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애초에 불법으로 판단한 위원이 판단유보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는 정도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을 뿐이다.
중앙선관위는 현재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속기가 아닌 요약 형식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다. ‘각급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작성된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는다. 안효수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회의록이 공개되면 위원들의 심도 있고 자유로운 토론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헌법재판소도 판결문·결정문에서, 대법관·재판관 이름이 일일이 명시된 소수의견(반대의견)을 적고 있다. 또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해도 논거가 다르면 별개의견까지 단다. 치열한 논쟁 과정을 국민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전직 선관위의 고위관계자는 “회의록 공개가 위원들의 자유로운 논의를 방해한다면,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지 않고 회의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지명한 선관위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건, 외부의 정치적 입김에서 본인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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