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법 이전 명의신탁은 처벌 못해
‘차명’이었더라도 무혐의 처분 불가피
‘차명’이었더라도 무혐의 처분 불가피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쪽이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 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지난 20일,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감사원 문답서가 공개되자 “부동산실명제법이 시행되고 있던 시기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면 엄중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이 문제를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검찰에서도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았으니 차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부동산실명제법의 내용을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의신탁을 금지한 부동산실명제법은 1995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부터의 명의신탁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은 있지만, 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 행위를 적발했을 때 형사처벌한다는 규정은 없다. 소급 적용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금지한 헌법 조항(13조 2항)에 따른, 당연한 입법이다. 그나마 법 시행 1년 뒤부터 과거의 명의신탁이 적발되면 부동산 가액의 30%를 과징금으로 물린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형사처벌과는 거리가 먼 행정적 제재일 뿐이며, 이마저도 2001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가 공동 명의로 도곡동 땅을 산 시점은 1985년이다. 이 후보가 85년에 형과 처남의 명의를 빌려 이 땅을 샀더라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이 후보를 수사하고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는 것이다.
정한중 변호사는 “도곡동 땅 명의신탁 건은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전의 행위여서 처벌할 수 없는데도 이 후보 쪽은 검찰 수사나 감사원 조사를 거친 다음 무혐의 처분됐기 때문에 일단락됐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은 법률과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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