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국회 국방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관련 통외통위 및 국방위 연석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범여권·민노당 “인질협상 적극 개입” 촉구 나서자
한나라 “도움 청할 처지에 반미라니” 쟁점화 경계
한나라 “도움 청할 처지에 반미라니” 쟁점화 경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반미 정서의 확산’으로 연결시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좀 어정쩡한 태도다. 이에 반해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에선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대미 외교를 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 민감한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제기하는 정치권 움직임을 ‘반미를 부추기는 행동’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건을) 미국 책임으로 돌려 반미 코드로 제2의 사건을 만들려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움직임은 교섭은 물론 국익에도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며 “반미 움직임을 쟁점화하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일차적으로 이 문제는 우리와 아프간 정부의 책임이지 미국 책임이 아니다. 인질 사태를 반미 감정에 이용하려는 건 문제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태 해결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걸 한나라당 지도부도 인정하기에, 이 문제에서 명쾌한 태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 워싱턴으로 향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김형오 원내대표 쪽은 방미에 부정적인 일부 보수 진영의 시각에 대해, “인질들을 풀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국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보면 오히려 반미 감정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인사들은 아프간 피랍사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너무 외면하는 게 오히려 일반국민의 정서와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 역할론’을 ‘반미 감정’으로 몰아가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올해 대선을 앞둔 상황과 관련이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미국에 대한 시각 차이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는 게 부담스럽다. 한나라당은 5년 전 대선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사건의 여파가 선거 패배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 범여권·민노당은 ‘미국 나서야’=우원식 의원 등 범여권 의원 33명은 2일 성명을 내어 “수감자 석방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듯이, 이제 미국이 ‘공고한 한-미 동맹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에서 “명분 없는 미국의 비타협 원칙과 이를 금과옥조처럼 애지중지하는 우리 정부의 한-미 관계가 21명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며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의 방법은 오직 미국이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선 주자들도 나섰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을 제3자가 아니라 당사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발 더 나가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 미국이 요청한 파병으로 인해 무고한 한국인들이 증오의 대상이 됐다. 이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조혜정 기자 dokbul@hani.co.kr
4개 정당 대표단 ‘미국 설득’ 위해 2일 워싱턴행 펠로우 하원의장 등 면담 추진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2일 미국으로 출국한 국회 대표단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이번 사태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가져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4개 정당 원내대표 등이 함께 하는 이번 국회 대표단은 2~3일 이틀동안 워싱턴에 머물면서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 등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다. 이번 출국이 워낙 갑작스레 이뤄진 탓에 대표단은 번스 차관 외에 면담인사들의 구체적인 명단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이를 의식해 출국 성명에서 “갑작스런 출발로 미국 조야의 주요 인사를 접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미 의회의 외교위원장이나 국방위원장, 지한파 의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한다는 생각이다. ‘테러에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미 행정부를 향해 미 의회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요구다. 대표단은 그러나 외교 관례상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에게 ‘탈레반 죄수 맞교환’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너무 구체적인 요청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낸시 펠로우 하원의장 면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표단은 워싱턴에 이어 4일에는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유엔 차원의 국제협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피랍 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압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일부 보수진영의 시각에 대해, 방미단 대표격인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쪽은 “인질들을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보면 오히려 반미 감정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