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자 대통령 훈령을 근거로 ‘테러정보 통합센터’를 발족해,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국가대테러활동 지침(대통령 훈령 47호)을 개정해, 테러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테러정보 통합센터를 국정원 산하에 설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센터는 4월1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테러정보 통합센터는 군·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근무하며 국내외 모든 테러 관련 정보를 통합 분석한다”며 “테러정보 통합센터는 24시간 상황대응 체제를 유지하면서 테러상황이 일어나면 신속하게 대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통령 훈령 47호에는 테러 대비에 관련된 민감한 세부 내용이 들어있어 82년 제정 때부터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을 포함해 모두 2차례 개정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 논란으로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된 정부가 비공개로 처리되는 훈령 개정을 통해 편법으로 국정원 안에 테러방지센터를 두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은 최근 논평을 통해 “훈령에 의한 정부 부처간 협의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국정원의 정보조정권이나 업무조정권을 강화하게 돼, 옛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의 권한을 가진 국정원이 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미국의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발의됐지만 인권단체들의 반대로 16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고, 이달 들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시 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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