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 성과보고 및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윤재 돈거래 연루 증거없었다” 말했지만…
‘권력형 게이트’ 번져 임기말 혼란 우려
“부적절한 처신 비판해야” 선긋기 주문도 청와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비리 연루 의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부산파’의 핵심 인물로 1986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측근 인물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들이 부정부패나 비리 사건에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가 없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웠던 터다. 임기말의 각종 ‘권력형 게이트’로 레임덕에 시달렸던 국민의 정부와 달리 임기 후반까지 레임덕 없이 순항할 것이라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세무조사 중인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와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만남을 주선한 일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건 실체가 아직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칫 참여정부 전체의 도덕성이 통째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청와대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정 전 비서관이 뇌물수수나 부정한 돈거래에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어 검찰 스스로 수사를 종결한 상태”라며 권력형 비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해명 태도를 문제 삼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뭘 숨기려고 한다는 추측보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사건이 청와대 핵심 참모 전반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되면서,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한 핵심 인사는 “일단 검찰도 수사를 할만한 비리 단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 만큼 청와대가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거나 문제삼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도 “우리가 모르는 다른 비리혐의가 나올까 걱정스럽다. 그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이 건설업자 김씨와 친분을 유지해온 과정에서 청와대나 검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비위가 드러날 경우에도 나름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9일 오전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일일상황 점검회의에서도 정 전 비서관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기조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선 정 전 비서관의 해명만 믿고 있다가 문제가 뜻밖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가 정 전 비서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적절히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일각에선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이 세무비리사건에 연루된 인사와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연결해준 행위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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