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민주신당 경선중 손학규 비판발언 파문
“언론사 난리부려도 언론정책 지장 없다”
“언론사 난리부려도 언론정책 지장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민주신당의 유력 경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범여권 인사들을 “김영삼은 안 되고 그 사람은 왜 되느냐. 요즘 정치가 가관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민주신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본격 돌입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영삼의 3당 합당을 틀린 것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쪽(한나라당)에서 나와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을 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 김영삼은 안 되고 그 사람(손학규 후보)은 왜 되느냐. 요즘 정치는 가관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검증 논란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공기업 사장이 음주운전 했다고 언론이 자르라고 해 잘랐다.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장관이 안 된다”며 “그런데 언론이 (최근 각종 의혹에 대해) 덮으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론들이 팔짱 끼고 앉아 싸움이나 중계방송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언론계 반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사가 난리를 부리는데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언론 정책에는) 아무 지장 없다”며 현재 기조를 임기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언론은 막강한 특권을 누리고 있고, 심지어 (장관) 인사 발언을 할 만큼 강한 권력이다. 그래서 (임기 초반) 근거가 되는 제도를 끊어 버린 것이다. 그때 기자실을 폐지했다. 그런데 폐지된 줄 알았는데 그 (특권의)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추진과 관련해 “(언론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소위 개혁을 하려고 했고, 서로 공생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려고 하니까 옛날에는 편을 갈라서 싸우던 언론이 전체가 다 적이 돼버렸다”며 “그래도 나를 편들어 주던 소위 진보적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도 일색으로 나를 조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나 자신만만하면 기자와 맞서겠냐. 행세하는 것이 권력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을 이뤄 나가는 게 권력”이라며 언론과의 싸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정치에서, 언론에서 무슨 대의가 있냐. 오늘 내가 복잡한 말을 했는데 이 복잡한 얘기를 기자들은 쓸 수 없다. 그야말로 프로듀서여야 긴 얘기를 담아낼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느냐는 피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프로듀서 저널리즘’을 극찬했다. 그는 “기자들이 오라는 데는 이제 안 간다. 피디가 오라고 하면 간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내부 회의에서,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추진하는 당국자들을 문책하라는 요구에 대해 “문책할 사유가 있어야 문책할 것 아니냐. 설령 문책할 사유가 있어도 대통령이 지시했는데 이를 수행한 참모들을 어떻게 문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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