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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장밀착’ 국정원, ‘조용한’ 외교부 압도

등록 2007-09-03 19:52수정 2007-09-03 20:09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풀려난 인질들과 만나 그중 한 명에게 국내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주고 있다. 카불/국정원 제공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풀려난 인질들과 만나 그중 한 명에게 국내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주고 있다. 카불/국정원 제공
아프간 인질석방 막후 과정 어땠기에…
피랍 직후 안보회의 ‘깊이있는 보고’로 주도권
청와대 직접 협상론에 힘실으며 협상도 지휘
활약상에 취한 김원장 막판 ‘자화자찬’ 입길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과 관련한 김만복 국정원장의 낯뜨거운 자화자찬의 배경엔 국가정보원과 외교통상부의 주도권 경쟁,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의 전폭적 신임을 받은 점 등이 깔려 있다.

인질 사태를 총괄지휘해온 청와대에선 “국정원장의 홍보 내용에 일부 문제가 있지만 국정원의 역할은 훈장감이었다. 김만복 원장이 기분이 좋아 좀 ‘오버’한 것으로 봐달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질 석방 과정에 정통한 정부 핵심 인사들은, 막강한 국외 정보력을 토대로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주도한 국정원이,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 동참국의 국격 손상’을 이유로 조용한 외교전략을 주창한 외교부에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정원과 외교부의 주도권 경쟁은 한국인 납치사건 발생 직후인 7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조용한 외교적 해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테러단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으므로 외교부 담당자나 외교부 장관 성명으로 대응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김만복 국정원장은 아프간 상황과 탈레반 체제, 부족 지도자급 인맥, 협상 방향 등을 깊이있게 분석 보고했다. 당시 회의를 지켜본 한 인사는 “외교부의 판에 박힌 해법보다 현지 정보를 근거로 한 김 원장의 보고에 모두 귀를 기울였고, 국정원이 주도권을 잡는 첫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아프간의 부족 분포와 갈등 등 내부 사정에 밝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자료를 긴급하게 입수해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신문 보도 수준에 불과한 자료를 모아 온 외교부를 압도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국민을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으로 방향을 정했고,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직접 첫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초기 대응 기조는 여전히 외교부가 제시한 ‘아프간 정부를 통한 탈레반과 간접 접촉’이 핵심이었다. 정부가 7월22일 조중표 외교부 1차관을 아프간에 급파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7월 말 탈레반이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살해한 뒤 사태의 주도권을 싸고 국정원과 외교부는 다시 대립했다. 청와대 안에서 ‘직접협상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외교부는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는 국제 관례를 거스르는 건 외교적 부담과 함께 국격만 손상한다며 반대했다. 국정원은 이라크 김선일씨 살해사건 뒤 새로 확보한 중동전문가를 직접 협상에 투입하겠다며 청와대의 ‘직접협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격론 끝에 직접협상 방침이 확정된 뒤에도 대면협상 장소를 두고 외교부와 국정원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고 한다. 외교부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협상 장소를 정하지 못했지만, 국정원은 탈레반이 요구하는 장소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탈레반과의 대면접촉 방침이 확정된 뒤 외교부에선 협상단의 안전을 이유로 협상 장소를 확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국정원이 ‘탈레반이 요구하는 지역에 직접 들어가겠다’고 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정통한 정부 핵심 당국자들은, 국외 파트 강화를 통한 국익 보호와 테러 방지를 조직 생존의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해온 국정원이 외교적 관례를 중시한 외교부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에 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활약상에 고무된 김만복 원장은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무시하고 인질 석방 과정에서 있었던 자신과 국정원의 활약상을 과대 포장해 홍보하다가 큰 화를 입게 됐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첫 내부승진 수장…과거사위 등 추진 노대통령 신임

김만복 국정원장은 누구

‘부산 386’ 지원설…참여정부서 승진 가도
국정원 안팎 총선 출마설 끊이지 않아

김만복(61) 국가정보원장은 조직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공채 출신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유례없는 인사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는데, 노무현 대통령 주변의 ‘부산 386’들이 같은 고향 출신인 그를 각별히 챙긴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이 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김 원장이 참여정부 들어 승진가도를 달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에 임명됐고, 1년이 지난 2004년에는 국정원의 핵심 요직이라는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무렵 그가 역점을 두어 추진한 것이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다. 김 원장은 내부의 격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위원회 출범을 밀어붙여 ‘김형욱 사건’ ‘정수장학회 사건’을 재조사하는 성과를 냈다.

그가 국정원 해외담당 제1차장으로 승진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원장까지 올라간 데는 과거사위 활동 등을 통해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원장은 지난달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노 대통령의 두둑한 신임을 샀다. 그에 대한 내부의 평가는 고영구, 김승규씨 등 전임 원장들에 견주어 비교적 후한 편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국정원 간부는 “원장은 절대 ‘오버’하는 타입이 아니다”라며 “공채 출신이라 내부 업무에 밝고 성실한데다 추진력이 있다”고 평했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김 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는 몇해 전부터 명절 때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교인 ‘(부산) 기장중학교 총동창회장’ 이름과 자신의 국정원 직함이 나란히 적힌 멸치 또는 미역 상자를 돌렸다고 한다. 김 원장이 사석에서 총선 출마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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