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의원은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용호 기자
[진단] 노웅래의원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약효는?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외국인은 입국을 못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자.” 영토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대응인가? 실효성도 없고 국수적인 민족감정만 드러낸 ‘오버’인가?
독도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간 외교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다. 다카노 도시유키 일본대사는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에 앞서 한국 땅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일본 문부상은 역사교과서 검정을 앞두고 “학습지도 요령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발언했다.
일본 관료들의 망언이 이어지자 국회의원과 네티즌이 영토주권을 위협하는 망언을 일삼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노웅래 의원 “망언 외국인의 입국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일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돌린 공동발의 요청서에서 “최근 나카야마 일본 문부과학상의 노골적인 망언처럼, 일본 고위 공직자들이 대한민국 주권을 훼손하고 국제사회의 건전한 법감정을 우롱하는 시대착오적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본 고위 공직자들의 망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법무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주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명백히 왜곡하거나 주권 및 영토 침해를 의도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행한 자’를 추가하자는 것이 뼈대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한일합방이 있었던 1910년 8월29일부터 광복이 이뤄진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정부 등의 지시 또는 연계 하에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사람을 학살 학대하는 일에 관여한 자’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 의원쪽은 “16대 국회에서도 김원웅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 개정을 추진했었고, 최근 달라진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법안의 실효성은 충분하다”며 “영토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고,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도 온라인청원운동 4일 만에 1400여명 서명
“저런 인간이 이웃 사는 것도 괴로운데 입국이라니…” 노 의원의 법 개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온라인 청원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다음>에서 누리꾼 ‘도로시’는 이 법안의 입법청원을 위한 온라인서명운동 참여를 호소하며 “반대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발의된 청원운동에는 5일 10시 현재까지 14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으며 찬성의견 일색이다. “국권 찬탈은 일반 절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범죄다. 입국 불허는 당연”(데코도리), “지구에서 영원히 추방은 안될까”(임숙), “꼭 통과되어야 한다. 저런 인간이 이웃나라에 산다는 것도 괴로운데 우리나라에 입국까지 한다면…”(이윤정), “당연하다. 미국도 시행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시국사건 당사자들 중에 입국 거부사례가 많다”(janke)
현행 법으로 가능 “실효성 의문, 국수주의적 대응 아닌가”
“과거 민주인사에 입국금지, 국제사회 이미지만 추락” 그러나 개정안에 대해 실효성은 물론 외교문제에 대한 이성적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최근의 일본 문무상과 같이 망언을 한 외국인에 대해선 현행법에서도 충분히 입국금지할 수 있다”며 “외교부나 교육부 등이 포괄적 국가이익에 위배되는 외국인이라고 판단해 법무부에 요청만 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특별한 예시나 조항을 둬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체계에서도 망언 외국인을 포괄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을 해친 것으로 간주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인권단체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국수적인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만 실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차기훈 변호사(국제민주연대 운영위원)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민족주의적 대응”이라며 “유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차 위원은 “(일본인들의 망언이) 전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나 민족감정에 어긋나고 우리 국익에도 위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국익에 유해하면 충분히 망언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법 제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일본 문부상은 언론을 통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일본인들이 사석에서 그런 망언을 했다면 동일하게 입국금지를 시킬 수 있느냐”며 “법의 적용 대상이 대단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우리도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한 외국인을 추방하고 입국을 금지시킨 적이 있고, 미국도 (자국에 대해 위험하다고 여기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며 “출입국 관리는 그 나라의 정책이나 인권, 이주권 등이 걸려 있는 국내 정치수준을 말해주는 것인데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국수주의적 대응은 되려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우리의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도 지키기와 오버액션은 구분해야 독도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반일감정이 들끓으면서 정치권과 사회의 비이성적 대응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론에 편승해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오버액션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친일범죄 또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옹호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역풍을 만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도 포털 다음의 ‘독도는 일본땅’(cafe.daum.net/GOilbon), ‘대일본제국만세’ 등 5개 ‘친일 카페’가 청소년 유해정보에 해당한다고 권고해, 이들 사이트가 지난달 17일 접속차단 및 폐쇄조처됐다. 이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권단체의 반발에 시달렸다. 독도 지키기와 주권 수호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의 자유’ 정도는 눈감을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현재 규정으로 충분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이른바 ‘애국 법안’ 입법에 경쟁적으로 의원들이 나서는 것은 인기영합적 의정활동이고,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애국자법’을 만들었지만,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평가보다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위협했다는 비판이 많은 것은 타산지석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노웅래 의원 “망언 외국인의 입국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일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돌린 공동발의 요청서에서 “최근 나카야마 일본 문부과학상의 노골적인 망언처럼, 일본 고위 공직자들이 대한민국 주권을 훼손하고 국제사회의 건전한 법감정을 우롱하는 시대착오적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본 고위 공직자들의 망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법무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주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명백히 왜곡하거나 주권 및 영토 침해를 의도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행한 자’를 추가하자는 것이 뼈대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한일합방이 있었던 1910년 8월29일부터 광복이 이뤄진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정부 등의 지시 또는 연계 하에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사람을 학살 학대하는 일에 관여한 자’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 의원쪽은 “16대 국회에서도 김원웅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 개정을 추진했었고, 최근 달라진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법안의 실효성은 충분하다”며 “영토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고,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도 온라인청원운동 4일 만에 1400여명 서명
“저런 인간이 이웃 사는 것도 괴로운데 입국이라니…” 노 의원의 법 개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온라인 청원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다음>에서 누리꾼 ‘도로시’는 이 법안의 입법청원을 위한 온라인서명운동 참여를 호소하며 “반대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발의된 청원운동에는 5일 10시 현재까지 14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으며 찬성의견 일색이다. “국권 찬탈은 일반 절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범죄다. 입국 불허는 당연”(데코도리), “지구에서 영원히 추방은 안될까”(임숙), “꼭 통과되어야 한다. 저런 인간이 이웃나라에 산다는 것도 괴로운데 우리나라에 입국까지 한다면…”(이윤정), “당연하다. 미국도 시행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시국사건 당사자들 중에 입국 거부사례가 많다”(ja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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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으로 가능 “실효성 의문, 국수주의적 대응 아닌가”
“과거 민주인사에 입국금지, 국제사회 이미지만 추락” 그러나 개정안에 대해 실효성은 물론 외교문제에 대한 이성적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최근의 일본 문무상과 같이 망언을 한 외국인에 대해선 현행법에서도 충분히 입국금지할 수 있다”며 “외교부나 교육부 등이 포괄적 국가이익에 위배되는 외국인이라고 판단해 법무부에 요청만 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특별한 예시나 조항을 둬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체계에서도 망언 외국인을 포괄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을 해친 것으로 간주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인권단체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국수적인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만 실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차기훈 변호사(국제민주연대 운영위원)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민족주의적 대응”이라며 “유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차 위원은 “(일본인들의 망언이) 전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나 민족감정에 어긋나고 우리 국익에도 위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국익에 유해하면 충분히 망언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법 제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일본 문부상은 언론을 통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일본인들이 사석에서 그런 망언을 했다면 동일하게 입국금지를 시킬 수 있느냐”며 “법의 적용 대상이 대단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우리도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한 외국인을 추방하고 입국을 금지시킨 적이 있고, 미국도 (자국에 대해 위험하다고 여기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며 “출입국 관리는 그 나라의 정책이나 인권, 이주권 등이 걸려 있는 국내 정치수준을 말해주는 것인데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국수주의적 대응은 되려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우리의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도 지키기와 오버액션은 구분해야 독도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반일감정이 들끓으면서 정치권과 사회의 비이성적 대응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론에 편승해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오버액션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친일범죄 또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옹호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역풍을 만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도 포털 다음의 ‘독도는 일본땅’(cafe.daum.net/GOilbon), ‘대일본제국만세’ 등 5개 ‘친일 카페’가 청소년 유해정보에 해당한다고 권고해, 이들 사이트가 지난달 17일 접속차단 및 폐쇄조처됐다. 이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권단체의 반발에 시달렸다. 독도 지키기와 주권 수호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의 자유’ 정도는 눈감을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현재 규정으로 충분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이른바 ‘애국 법안’ 입법에 경쟁적으로 의원들이 나서는 것은 인기영합적 의정활동이고,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애국자법’을 만들었지만,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평가보다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위협했다는 비판이 많은 것은 타산지석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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