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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염치’아는 전범국, ‘후안무치’전범국

등록 2005-04-05 15:53수정 2005-04-05 15:53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회원들이 3월1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후소샤교과서의 역사왜곡 부분을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회원들이 3월1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후소샤교과서의 역사왜곡 부분을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노대통령 곧 독일방문…“일본에 독일식 반성 요구할까”관심

일본 문부과학성의 역사·공민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한일간 대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문부성의 검정교과서 중 문제가 된 후소샤 공민교과서(한국의 사회교과서)가 표지에 독도전경 사진을 넣고 독도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어 ‘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 학살을 자행한 일본이 반성대신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왜곡된 역사 기술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독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2차대전 전범국이지만 선배세대의 ‘홀로코스트’(대량학살)에 대해 국가적으로 반성하고 주변국들과 화해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증언하는 것은 살아남는자의 의무”
독일 나치 강제수용소 희생자에 추가보상 결정


독일은 나치 독일의 대량학살에 대해 반성은 물론 그 책임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독일이 나치독일의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에 추가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추가보상에는 생체실험을 당한 생존자 714명, 부모와 떨어진 채 강제노동을 당한 어린이 527명, 희생된 어린이이의 가족 79명 등 모두 1300여명이 포함됐으며 한 사람당 6600유로(약 900만원)가 지급된다.

이번 추가보상은 독일정부와 기업이 설립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이 지급한 것이다. 독일 정부와 기업은 지난 2000년 전시 피해자 배상을 위해 공동으로 100억 마르크(약 6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재단을 설립했으며 ‘노예노동 및 강제노동’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우리식으로 하면 일제시대 징용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담당하는 기구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2차 대전 전쟁범죄와 관련해 이스라엘, 폴란드 같은 피해국에 국가배상금을 이미 지급했다. 보상에 대한 법적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또 개인배상권도 일부 인정해 폴크스바겐 등 나치 치하 독일기업에 강제 동원된 외국인들에 배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이 따로 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나치 학살에 대한 발굴과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재단은 추가보상을 결정하면서 “생체실험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야만적이고 극심한 고통 때문에 살아남지 못했다”며 “아무리 많은 돈으로 보상을 한다고 해도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잔혹한 생체실험이 용서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보상을 하더라도 역사에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해선 계속해서 반성을 하겠다는 뜻이다. 작센하우젠 생존자단체 회장인 아담 쾨니히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증언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과거사에 대한 독일인들의 인식을 잘 대변해준다.

독일 지도자들 나치의 대량 학살지 찾아 무릎 끓고 사죄
퀄러 대통령 “쇼아에 대한 책임은 독일의 일부분”

▲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4년 6월6일, 영국과 미국이 개최한 노르망디상륙 60주년 기념행사장에 참석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독일의 과거사를 반성했다. 연합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대량학살 희생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들의 사과와 주변국에 대한 화해의 몸짓으로 더욱 구체화된다.

일찍이 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1970년 12월 폴란트 바르샤바 게토 희생자 추모비 앞에 사죄의 무릎을 끓었다. 게토지구는 나치가 유대인 40여만명을 죽인 살육의 현장이었다. 빌리브란트의 행동은 유럽 여러 나라를 비롯해 세계에 독일인들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프랑스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도록 했다. 빌리브란트는 잇단 참회의 실천으로 1970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고 1971년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85년에는 당시 독일 대통령인 바이츠제커가 “독일은 과거에 저지른 범죄행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과거사를 계속 기억해야 한다”며 세계인들을 향해 다시 한번 참회의 손짓을 보냈다.

2004년 6월6일,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영국과 미국이 개최한 노르망디상륙 60주년 기념행사장에 참석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슈뢰더는 “연합군 병사 수천명이 단 하루 만에 숨졌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고 독일군들은 유럽을 압제하려는 살인적 시도 때문에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차대전 당시 숨진 이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전쟁 재발 방지와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에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슈뢰더에 “프랑스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을 형제로 환영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최근에는 지난 2월2일 이스라엘과 수교 40주년을 맞아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찾았다. 퀄러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겸허하게 머리를 조아린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퀄러 대통령은 “독일의 과거 범죄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떨쳐버리려 애쓰지 않을 것”이라며 “쇼아(유대인에 대한 인종 학살)에 대한 책임은 독일의 일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독일인들을 향해 “우리의 교사, 부모, 언론인들이 나치의 잘못을 효과적으로 설명했는지,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역사교육을 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며 다음 세대들에 대한 역사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독일 국가지도자들의 지속적이고 거듭된 사죄와 참회는 홀로코스트의 전범국 독일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서 자유와 평화에 앞장서는 나라로 바꿔놓았다. 피해국인 프랑스 등이 의심을 접고 ‘형제의 나라’라며 우애와 협력을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프 공동교과서, “나치 만행과 책임 가감없이,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



독일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2차 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프랑스와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하면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3월11일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교육장관과 피터 뮐러 독일 자르주 총리가 10일 베를린에서 두 나라가 공동 집필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공동교과서에는 나치의 만행과 책임 등 2차대전 관련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가 두나라의 관점에서 기술된다. 이를 통해 양국 청소년들은 상대국의 관점에서 현대사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르몽드>는 “교과서는 두 나라 관계가 아닌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며, 이후 다른 유럽 나라들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본보기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 독일 방문…‘일본에 독일식 과거청산 요구할까’

▲ 오는 10일 독일을 공식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독일처럼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일 과거사를 청산할 것을 요구하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0월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 연합 \
과거사와 관련한 독일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시달리는 우리 처지와 무관하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잇따른 역사왜곡에 대해 독일 정부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과거사 문제해결의 ‘모범국가’인 독일을 공식 방문한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앞서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 문정인)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에 자문을 통해 독일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 집중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정영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과 지난달 31일 세미나를 열었다. 정 교수는 “독일은 미국을 비롯한 전승국들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초한 탈나치화 작업 그리고 과도한 민족주의 폐해에 대한 독일인들의 자기반성 등으로 주변국과 화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독일이 영토문제를 해결한 과정에 대해서도 “독일 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오데르-나이세 국경’을 전격적으로 공식 인정함으로써 폴란드인들의 마음을 풀어준 것이 독일-폴란드간 화해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런 기류는 노 대통령이 독일 방문에서 일본에 대해 독일처럼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일 과거사를 청산할 것을 요구하는 발표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한국일보>는 5일자 머릿기사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따 “노 대통령은 독일이 철저한 반성 속에서 탈 나치화 작업을 벌였던 것처럼 일본도 과거 반성과 배상 실천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안다”며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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