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임명자 성향 한나라와 비슷한 점 고려
청와대, 청문회 논란 의식 감사원장 연임 선택
청와대, 청문회 논란 의식 감사원장 연임 선택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총장 및 감사원장 임명에 대해 초반의 ‘강경 반대’에서 ‘비판적 수용’으로 태도를 바꿨다.
강재섭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임기가 다 된 사람들에 대해 인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목숨을 걸고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최종적인 판단은 노 대통령의 몫”이라면서 “한나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야 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굳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는 합법적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막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하게 반대만 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뿐 아니라 범여권과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면서 ‘한나라당이 벌써 집권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닥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임채진 검찰총장 임명자가 현 정부 초기 사법개혁에 반론을 제기하는 등 성향상 검찰 조직 논리에 충실한 보수적 인물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역시 애초 점찍어둔 인물이 병역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자 임기 말 야당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노’ 인사를 선택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의 한 주요당직자는 “임채진 내정자는 법조계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들었고, 전윤철 감사원장은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는 등 도덕적 측면에서도 감사원장 임무에 충실했다”며 “굳이 결격 사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취임 석달 만에 물러날 수도 있는 감사원장감을 찾기 어려웠고, 인사청문회 논란도 의식했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사수석도 이날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고려해 어떤 게 모두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인사인지 고민했다”며 “한때 변호사 출신을 감사원장 후보로 고려했으나, 그분을 임명했으면 더 큰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충돌을 피하려는 뜻도 있었음을 인정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정부로 바뀐 뒤에도 검찰총장직을 유지하다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연말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가 탄생할 경우에도 임 총장과 전 원장이 끝까지 임기를 마칠 것인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임 총장 임명자가 대선 국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황준범 신승근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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