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지역 재·보궐선거 공천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지난달 31일 당사앞에서 공천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점검] 여야 보궐선거 공천 기준으로 돌아본 정치권 현주소
여당 ‘전략공천’에 야당은 ‘패자부활전’ 맞불로 정쟁만 국회의원 6명과 기초단체장 6명 등 전국 40여곳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4월30일 재보궐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4.15총선 뒤 1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17대국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여론 향배와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이고,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국면의 전초전이다. 여당은 무너진 과반의석을 복원하기 위해 당선가능성 위주의 ‘전략공천’을 내세웠다. 한나라당도 정국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17대총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줄줄이 ‘선수’로 낙점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소장파와 반대파 일부가 7월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지도부를 압박하는 등 당내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박근혜 대표와 지도부의 진퇴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당이 보궐선거 후보를 결정한 유일한 기준은 ‘당선가능성’ 이다. 정치개혁과 유권자 참여를 내걸었던 17대 총선의 ‘보수공사’셈인 이번 보궐선거에서 2년전의 대의와 명분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1곳 경선, 5곳 ‘전략공천’ 열린우리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구 6곳 가운데 5곳의 후보를 확정하고 충남 공주·연기는 여론조사를 통한 예비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공직후보자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김태홍)는 4일 보궐선거 지역구 가운데 연천·포천에 정명채 한국디지털정책학회 정책개발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갑에는 이정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또 김홍신 전 의원의 기용설이 나돌았던 충남 연기·공주 지역구에는 이병렬(전 유성구청장), 이희원(행정수도이전 범국민연대 공동대표), 김현식씨(한국뉴미디어방송협회 사무총장) 등 3명을 후보자로 정하고, 당원 50%, 주민 5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최종 후보로 확정한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앞서 3월말 성남 중원에 조성준 전 의원을 후보로 확정했고, 충남 아산에 이명수 전 충남 행정부지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지난달 30일 충남 연기·공주 지역구에 박수현씨를 후보로 확정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허위 경력 표시 등)가 드러나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아산 우리당 당원들 집단탈당, “열린철새당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후보 확정과정에서 당원들이 반발해 집단탈당을 선언하고 보궐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충남 아산에 자민련 출신인 이명수 후보 선정을 놓고 기간당원 850여명과 일반당원 2200여명이 집단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후보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이 후보가 지난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했고, 노 대통령 탄핵을 옹호했다는 점을 들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개혁을 표방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는 이 후보의 공천을 결정하면서 충남지역 당원협의회장 16명 가운데 15명이 찬성했다는 이유등을 들어 반대를 일축했다. 김태홍 공천심사위원장은 ‘전략공천’이라는 비난에 대해 “우리당의 원칙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총선시기에는 30%까지 전략 공천을 할 수 있지만 보궐선거 시기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전략공천은 지난 당의장 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내세운 기간당원 중심의 정당건설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다. 철새 논란도 나오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한 신문의 칼럼에서 “지난 대선에서 당을 옮긴 김민석 전 의원을 철새라며 ‘김민새’라고 조롱했던 사람들이 이제 자기들의 당을 새로운 철새 정당, 즉 ‘열린철새당’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도 ‘패자부활전’ 논란,
|
||||||
한나라당은 이번 주안으로 6곳의 국회의원 후보를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경북 영천에 정희수 전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과 성남 중원에 신상진 전 대한의사협회장 등을 후보로 확정했다. 또 연천·포천에 고조흥 변호사, 김해갑에 김정권 전 경남도 의원, 공주·연기에 박상일 민주화운동관련자연대 사무총장 등을 내정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후보가 결정된 5개 지역구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무효돼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경북 영천을 빼고 4곳의 후보가 17대 총선에 출마한 ‘재수생’들이다. 당안팎에서 새 인물의 영입없이 17대 총선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천 탈락자들은 중앙당의 공천 심사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 일부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사를 밀어줬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경남 김해갑 선거구 후보가 내정되는 과정에서 지역 정가에 이런 뒷말이 무성했었다. 김해 갑에 공천을 신청한 한 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천심사위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공천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중립성 객관성 의심스럽다” 뒷말
‘ 당원 무시한 낙점…당 변화 못 보여줘’
당내 공천과정에서 17대 총선 때의 ‘도로 그 후보’로 결정된 것에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천심사위원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은 중간에 위원직을 사퇴했다. 권 의원은 “공천심사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당 내부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사퇴한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경선을 무시하면서 가서는 안되고, 공천심사위원회가 당선가능성이나 인간적인 이해관계에 치우치기 보다는 당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국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패자부활전’ 논란에 대해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가 잘못하거나 개인적인 흠이 있었다기보다는 탄핵이라는 역풍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당의 좋은 후보들이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은 당선 가능성 보다는 당이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는데 아쉽다”며 당내 경선 등의 과정없이 중앙당이 사실상 낙점한 것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여야가 당선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보궐선거 ‘올인’ 승부를 벌이는 것은 17대 국회가 표방했던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 그들에게 ‘단물 빠진 껌’이 아니었나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