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 출마시 지지율
대구·경북 27%로 가장 높아…설 무성해질수록 오름세
대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도 추이가 심상찮다. 1일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조사에서는 2위로까지 떠올랐다. 그것도 단박에 20%대에 진입했다.
최근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무성해질수록 지지율도 같이 뜨는 연동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경선 이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층이 이 전 총재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19.1%로 나타난 <에스비에스>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 지지가 가장 높은 지역이 대구·경북(27.0%)이라는 사실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또 한나라당 지지자의 23.5%, 현재 이명박 후보 지지자의 19.1%도 이 전 총재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전 총재가 22.4%로 최근 여론조사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은 1일 <문화방송>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이명박 후보는 이 전 총재를 제외한 여론조사에선 52.8%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이 전 총재를 포함한 여론조사에선 40.3%로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절반 가량이 이명박 후보한테서 넘어온 것이다. 이밖에 무응답층(3.3%포인트), 정동영 후보(3.0%포인트), 문국현 후보(1.7%포인트)뿐 아니라, 충청도 출신인 이인제·심대평 후보로부터도 0.6~0.7%포인트를 빼앗아 왔다.
<문화방송> 여론조사를 수행한 코리아리서치센터 김정혜 상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 소극적 지지를 보였던 층, 보수층, 박 전 대표 지지층, 2002년 이회창 전 총재 지지층 등 복합적으로 겹쳐 있는 층들이 움직인 것 같다. 또 김경준씨의 귀국 소식 등으로 이 후보에게 불안감을 느낀 보수층도 합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사장은 이 전 총재의 예상외 약진세에 대해 “허수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 사장은 “이 전 총재의 잠재력이 있긴 하지만, 출마설이 자꾸 거론되는 데 따른 ‘바람’의 성격, 그리고 정동영·문국현·권영길 후보 지지층이 범여권에 유리한 대선 구도를 짜기 위해 전략적으로 여론조사 응대를 한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이 전 총재가 막상 출마를 선언하면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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