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왼쪽) 등과 함께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책임론’ 포연뚫고 활보
이해찬 국무총리의 발걸음이 새해 들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연초 개각에서 실질적인 각료제청권을 행사해 ‘실세 총리’로서의 내각통할권을 공고하게 다진 이 총리는, 12일 부산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전국 6개 지역을 차례로 방문한다. 부산에 이어 14일 광주·전남, 19일 대전·충남, 21일 강원, 26일 대구·경북, 28일 전북 지역을 방문하기로 일정이 확정됐다. 울산, 경기, 경남, 제주 등도 2월 중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인천지역 방문까지 포함하면 다음달까지 전국 각 지역을 모두 순회하게 되는 셈이다. 이례적 새해 지역순방…현안점검 ‘실세’ 과시
과거 대통령들의 지역 연두순시를 연상케 하는 일정이며, 국무총리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사태 이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이 총리를 겨냥한 책임론이 무성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리의 이런 행보는 ‘정치적 건재’를 과시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총리실은 이 총리의 잇따른 지역순방이 과거 대통령의 연두순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손사래를 친다. 총리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11일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에 이뤄졌던 대통령 연두순시는 대통령이 각 시·도 지사로부터 도정이나 시정 업무 전반을 보고받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행정행태였다”며 “반면 이 총리의 이번 지역 방문은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 청취와 함께, 중앙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설명하는 등 중앙-지방의 협력적 행정을 구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이번 지역순방은 행정적이고 의례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번 순방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에이펙) 정상회의 준비상황 점검(부산), 서남해안 개발과 광산업단지 방문(광주·전남) 등 지역별 현안을 현장에서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기관장 및 지역 경제인, 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과 오찬 간담회를 여는 한편, 지역언론사와의 만남이나 특별대담 등 지역여론 청취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일정 가운데는 5·18 국립묘역 참배나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 등 지역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일정도 포함돼 있다. 또 부산을 방문할 때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과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이 수행하는 등 방문 지역의 현안과 관련된 관계부처 장·차관이 수행할 예정이다. 교통편도 공항이 있는 지역이면 총리 전용기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지역순방은 지난 연말에 총리 지시로 기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역 순방은 지난 연말부터 하려던 것인데 국회 일정 등으로 늦어졌다”며 “새해부터는 총리 중심의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강화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노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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