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현모양처’가 스테디셀러?
이회창·문국현 부인 ‘그림자 내조형’, 정동영·권영길 부인 ‘동반자형’
후보 부인들의 선거운동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주요 후보들의 부인들은 크게 ‘동반자형’과 ‘그림자 내조형’으로 나뉜다.
정동영 후보 부인인 민혜경씨와 권영길 후보 부인인 강지연씨는 대표적인 ‘동반자형’이다. 후보 부인들에 대한 호감도에서는 단연 민혜경씨가 눈에 띈다. 민씨는 <여성중앙> 11월호가 실시한 후보 부인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영부인 후보’로 꼽혔다. 63%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캠프 안팎에서 “후보를 민혜경씨로 바꾸자”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할 정도다. 민씨는 정 후보의 슬로건인 ‘가족 행복’의 전도사로 전국 곳곳을 돌고 있다.
강지연씨는 비정규직들을 만나고 영세사업장을 돈다. 강씨의 호스피스 활동 경험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권 후보의 이지안 부대변인은 “강씨는 권영길 후보의 ‘옆지기’이자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라며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용한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후보 부인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충실해 중장년층의 호감을 사겠다는 전략이다. 이회창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씨와 문국현 후보의 부인인 박수애씨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씨는 가급적 언론을 통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11월27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주요 후보의 부인들을 하루씩 초청했던 한국방송 <아침마당>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구설’이 많았던 만큼 극도로 조심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이흥규 특보는 “후보 부인이 다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유권자에게 새삼스럽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부인인 박수애씨는 외모와 말차림에서 조용하고 내성적인 이미지가 묻어난다. 이를 크게 변화시키기보다는 화려한 색의 의상이나 화장 등으로 젊고 생기 있는 모습을 보일 계획이다.
후보 부인들의 ‘적극적인 행보’와 ‘조용한 행보’ 사이에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있다. 김씨는 ‘경제 대통령’을 외치는 남편을 위해 재래시장을 누비는 한편, 목이 약한 남편의 건강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알리는 등 현모양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모두 12명의 후보들이 등장했다. 후보들이 다양한 만큼 후보 부인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부각되는 이미지는 ‘현모양처’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 등이다. 다들 하나같이 “검소하다” “소박하다” “액세서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표현한다. 후보 부인으로는 가장 주목 받는 민혜경씨도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정 후보의 정기남 공보특보는 “외모와 달리 소탈한 성품이라, 주위에서 흔히 보는 아주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후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제왕에서 서민으로 후보들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했는데, 후보 부인들의 이미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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