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무혐의’…도곡동땅 주인은 끝내 미궁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주가조작 공모 ‘증거없음’
BBK 실소유 ‘무혐의’
다스 실소유 ‘무혐의’

[검찰 수사결과 발표] “김경준 BBK지분 100% 보유했다고 진술 번복

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비비케이와 ㈜다스의 실소유주와 관련해서도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이 후보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은 5일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씨를 증권거래법위반 및 횡령,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밝혀줄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 흐름 등 일부 핵심 의혹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비비케이 실소유주와 관련해 “김씨가 미국에서 주장했던 것과 달리 본인이 비비케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며, 이 후보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며 “비비케이 지분 100%를 유지한다는 김씨의 자필 메모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후보가 발기인으로 나오는 비비케이 개정 정관도 김씨가 임의로 바꾼 것이며, 비비케이가 엘케이이뱅크의 자회사라는 하나은행 내부보고서도 김씨의 거짓말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글 ‘이면계약서’에 대해 검찰은 “이 후보의 서명이 없는 등 형식이 허술하고, 계약서에 찍힌 도장도 이 후보의 인감도장과 다르다”며 위조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김 차장검사는 “김씨가 ‘계약서 작성 일자보다 1년 뒤에 사실과 다른 내용의 문안을 만들어 이 후보의 날인을 받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후보의 날인은 누가, 왜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에서 “다스 임직원과 납품업자 등을 조사하고 계좌 추적도 했지만 이 후보 것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 가운데 17억9천여만원이 ㈜다스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자금이 이 후보의 돈임을 입증하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 후보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김씨는 본인의 주가조작뿐 아니라 이 후보와의 공모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김씨의 주가조작과 횡령 공범으로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남일 기자 [e-mail]

검찰 중간 수사발표…비비케이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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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간 수사발표…이면계약서 진위여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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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간 수사발표…(주)다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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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간 수사발표…김경준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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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수사가 남긴 두 풍경 - 검찰이 5일 “비비케이(BBK) 사건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관련이 없다”고 발표하자, 나경원·박형준 대변인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지지자들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울중앙지검 들머리에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비판하는 시위를 따로 벌이고 있다. 김태형 김명진 기자 [e-mail]

[정치권 후폭풍] “이명박 늦었지만 진실 밝혀져 다행”
다른 후보들, 검찰 규탄…유세 취소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은 5일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 발표를 환영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다른 후보들은 일제히 유세 중단과 규탄집회에 나서, 검찰 발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특검법’을 정식으로 발의했다.

이명박 후보는 검찰 수사발표를 듣고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저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줄로 안다. 늘 미안했고, 또 감사를 드린다”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걸 조금이라도 갚는 진정한 길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경제를 살리며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비비케이 공세를 취해 온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국민 사과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다른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예정된 전북 유세를 취소하고, 저녁에 서울 광화문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정 후보는 연설에서 “검찰이 거짓의 손을 들어줬지만 결국 거짓은 패배하고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며 “검찰 발표는 해도 너무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검찰은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정치를 했다”며 “즉각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하는 검찰이 묻어놓은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이날 윤호중 의원 등 54명의 이름으로 ‘이명박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명동 유세를 취소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회창 후보는 검찰 발표를 “국민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발표”라고 비판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다른 정치세력과의 반부패 연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삼성 떡값 의혹을 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비비케이 수사를 똑바로 지휘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검찰 수사발표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유세를 열고 “오늘 대한민국 검찰은 정치 검찰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경호실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유세에서 “검찰은 정치검찰의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김경준씨의 모든 수사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태호 이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