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데일리안 창간 1주년 및 뉴라이트닷컴 창간 기념 토론회’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는 “때가 되면 당당히 뉴라이트의 이름으로 정치적 선택과 행동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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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조선일보와 ‘정치참여’공방 벌인 뉴라이트의 고민 지난 7일 <조선일보>는 ‘뉴라이트 정치참여 선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뉴라이트 세력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뉴라이트 운동의 정치 참여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정당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지난해 11월22일 출범한 뉴라이트 진영이 5개월 만에 정치참여를 공식선언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보도는 곧바로 뉴라이트진영이 “정치참여 선언은 사실무근이고 <조선일보>의 보도는 전후맥락을 거두절미하고 흥미위주의 창작”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뉴라이트 진영의 ‘현실정치 참여’는 한갓 해프닝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을 포함한 우파진영 정계개편의 뇌관인가. 한국 보수세력 내에서 자유주의 이념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뉴라이트의 정치적 실체는 무엇인가? 이들은 현실정치의 진흙탕 속에서 어떤 선택을 모색하고 있는가?
뉴라이트 출범부터 한나라당과 선긋기
“한나라당은 기득권 수구우파” 딱지 뉴라이트(New Right·신우파)가 공식 출범한 것은 지난해 11월22일 자유주의 386세력들이 주축이 돼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를 창립하면서다. 자유주의연대는 창립선언문에서 “(노무현 정부로 대표되는) 수구좌파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우파가 주도하는 정치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면서 사상투쟁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은 21세기 미래 대안세력으로서의 환골탈태를 등한시한 채 기득권 유지에 전전긍긍하는 기회주의적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공격했다. 반응은 한나라당 안에서 먼저 나왔다. 박근혜대표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뉴라이트와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홍준표 의원은 “기존 정치권의 보수우파는 부패와 무능, 특권과 수구로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며 “뉴 라이트 운동을 주목한다”고 적극적 지지를 표명했다. 김용갑 의원도 “뉴 라이트의 주장이 바로 내 주장”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영남권 의원이 주축인 자유포럼의 안택수·이방호 의원은 “대안적이고 의미있는 주장”이라며 “큰 흐름에서는 한나라당에 오게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신지호 대표는 당시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흡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분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신 대표는 “사상운동이 힘을 얻으면 우파 자유주의 세력의 분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 한나라당과 가시적인 협력틀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수층 행정수도 놓고 한나라당에 기대 접어, 뉴라이트 정치참여 압박
김대중칼럼 “신진개혁세력 운동성만 내세우는 것은 한가로운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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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운동은 출범하자마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의 각별한 조명을 받았다. 두 언론은 심층취재와 특집기사를 잇따라 내보내며 뉴라이트 띄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탄력을 받은 뉴라이트운동은 빠르게 확산됐다. 정치세력화를 표방한 ‘자유주의연대’의 출범 뒤 뉴라이트이념 연구를 표방한 학자들의 모임인 ‘뉴라이트 싱크넷’,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교과서 포럼’ 등이 잇따라 출범했다. 정치참여 논란이 수면위에 오른 것은 행정수도법을 놓고 한나라당이 내분에 휩싸인 3월초였다. 보수세력 내부에서 행정수도법을 여당과 합의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실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뉴라이트에 대한 정치참여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그 요구의 맨 앞줄에는 <조선일보>가 있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3월3일자 ‘신보수, 정치 나서야’라는 칼럼을 통해 “뉴라이트를 비롯한 새로운 보수세력이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식으로 구국을 외치지 말고 같이 연합해서 정치세력화하고 선거를 통한 현실정치의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지금의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고 나라를 이끌 방향과 노선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진 개혁보수 세력이 그들의 운동성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너무나 한가로운 처사”라고 뉴라이트의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용도 폐기는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의 등장을 요구한 것이다. 한나라당 내홍과 조선일보의 요구로 뉴라이트 내부에서 정치참여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되었다. 급기야 뉴라이트 관련 주요 단체 지도부가 긴급회동을 갖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진영을 대표해 신지호 대표는 3월 11일자 <동아일보>에 “뉴라이트, 선거용 운동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뉴라이트의 조기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지금은 사회운동, 국민운동으로서 뉴라이트 운동을 확산, 정착시켜야 한다고 ‘김대중 칼럼’을 정면 반박했다. 조선일보 “당 만들라”등 떠밀기…뉴라이트 “방해만 하지 말라” 하지만 정치참여에 대한 <조선일보>의 구애와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뉴라이트 정치참여 선언’이라는 기사에서 “뉴라이트 세력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뉴라이트 운동의 정치 참여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정당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6일 열린 ‘뉴라이트닷컴’ 창간 기념토론회에서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와 홍진표 집행위원장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는 뉴라이트의 정치참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뉴라이트 정당의 앞날에 대해서도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뉴라이트는 뚜렷한 이념을 갖고 있기보다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측면이 강하다. 현재 뉴라이트 중에 대통령 후보로 나설 만한 인물이 없어 결국은 현재 거론되는 보수진영 정치인과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당사자인 자유주의연대는 이 보도에 대해 “정치참여 선언은 사실무근이고 전후맥락을 거두절미하고 흥미위주의 창작”이라며 “조선일보의 언론상업주의를 비판한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자유주의연대는 <조선일보>를 향해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방해만 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주인공 진 해크먼의 기도를 인용해 불만을 표시했다. 자유주의연대 최홍재 조직국장은 “한나라당이 대안세력으로 의미를 상실해가고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보수세력 내부, 특히 <조선일보>가 오히려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뉴라이트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 것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지호 “현실정치의 진흙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치참여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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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대표는 6일 토론회에서 “뉴 라이트 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 및 주체세력의 형성과 그들에 의한 국가경영이다”며 “따라서 현실정치의 진흙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정치참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뉴 라이트 운동은 닻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때가 되면 당당히 뉴라이트의 이름으로 정치적 선택과 행동을 조직할 것이니 답답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정치참여의 의지는 명확하지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뉴라이트 진영이 정치참여에 때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출범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주체적인 역량이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나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정치참여에 가장 적극적인 자유주의연대조차 아직 전국 회원이 100여명 정도고 온라인 후원회원을 합치더라도 조직원의 수가 1000명을 넘지 못한다. 자유주의연대 지도부의 표현을 빌리면 “대중적 진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뉴라이트 내부의 반대, “당장 정치세력화는 치명적인 독소” 뉴라이트 내부에서도 즉각적 정치참여를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기독교사회책임을 만든 서경석 목사는 지난 2월말 한 토론회에서 “뉴라이트운동이 친한나라당 운동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뉴라이트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도통합론을 강조하는 서 목사는 “뉴라이트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중도, 중도우파적 성격의 단체들이 모일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서 목사는 “‘뉴라이트네트워크’라는 명칭은 최종적으로 친한나라당 운동으로 귀결되고 그러한 성향의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뉴라이트 정치세력화를 비판했다. 서 목사와 함께 기독교내 뉴라이트 운동의 한축을 형성했던 김진홍 목사도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정치세력화의 깃발을 들면 정치운동, 국민운동 양쪽 모두 타격을 받는다”며 “현 단계에서 정치세력화는 치명적 독소”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때’는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7일 <문화방송> 토론회에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세력이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뉴라이트 진영은 정치세력화에 있어 한나라당이 목표가 아니라 주요변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2년 뒤를 가정해 자신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두가지 전제조건을 내세운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자기혁신과 해체를 통해 자유주의 이념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 당을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통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현재의 틀대로 ‘수구기득권’이라는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한 채 대안세력으로 의미를 상실하고, 대신 뉴라이트 세력이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급부상한다면 자신들이 직접 자유주의 이념정당 건설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최홍재 조직국장은 “우리의 정치적 위상은 좌파들의 이념정당과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과 같다”며 “한나라당과 연대가 목표가 아니고 자유주의 이념정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한나라당과 연대는 그 과정에서 고려할 하나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정치세력화의 토양은 ‘박근혜필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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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정치세력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로 질 수밖에 없다는 보수진영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선명야당을 만들자’는 김문수류나 ‘신진세력을 영입하자’는 영남보수파는 물론 자유주의 이념정당을 주장하는 신지호 대표 주장에 깔려 있는 공감대는 ‘박근혜 필패론’이다. 이는 차기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박근혜가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를 내세우고 ‘뉴라이트’라는 포장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보수언론 등이 이명박, 손학규 등의 움직임과 뉴라이트를 짝짓기하려는 것은 이런 의도의 연장선에 있다. 뉴라이트 운동진영은 틈 날 때마다 “우리는 자유주의 이념동아리를 지향한다”며 “선거용 조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라이트운동은 정권탈환을 노리는 우익진영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미 현실정치에 발이 빠진 상태다. 그들의 정치적 선택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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