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들이 19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이 후보가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단일화 무산 등 범여권 몰락 반사이익 얻어
‘시정 업적’ 수도권 유권자 결집 이끌어
‘시정 업적’ 수도권 유권자 결집 이끌어
이명박 당선자 승리요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경제대통령’이라는 고유 브랜드, 서울을 필두로 한 수도권 유권자들의 굳건한 지지, 범여권의 지리멸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 마디로 ‘정권심판론’으로 범여권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경제대통령론’으로 묶어낸 게 이 당선자의 승리요인인 셈이다.
■ 일관된 경제프레임=이 당선자가 지난 1년여 동안 자녀 위장취업, 도곡동 땅 차명 의혹, 비비케이 연루 의혹 등 끊임없는 도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선두를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경제’였다. 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10년 세월 동안 양극화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당선자의 공약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선거 캠페인도 주효했다. 이 당선자 진영은 선거운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를 일관되게 내세움으로써,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 기간 동안 이명박의 ‘경제’에 맞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이 당선자가 내세운 ‘경제’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윤경주 폴컴 대표는 “이 당선자와 그의 참모들은 왜 유권자들이 ‘이명박’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후보들은 통상 여러가지를 하겠다는 생각에 이슈를 분산시키기 마련인데, 이 당선자 쪽은 선거 준비기간부터 투표 전날까지 경제라는 일관된 이슈 프레임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또 “정동영 후보는 ‘가족’과 정동영이 잘 연결되지 않았던 반면, 이 당선자 쪽은 국민성공시대와 후보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는 등 홍보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권에 등장할 때부터 경부운하 같은 구체적 쟁점을 내세우며 어젠다를 선점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 범여권의 몰락=경쟁자가 워낙 ‘약체’였기 때문에 이 당선자가 얻은 반사이익도 크다.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고 범여권이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당으로 삼분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구도에서는 애초부터 범여권의 승산은 거의 없었다. 지난 9~10월 치러진 통합신당 경선은 ‘조직선거’ 논란으로 얼룩졌고,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도 우여곡절 끝에 파경을 맞았다. 시민단체와 원로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와도 손을 잡지 못했다. 범여권이 뭉쳐 막판 역전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도 컸다. 범여권 지리멸렬의 밑바탕에는 참여정부의 그늘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 앞에 통합신당은 맥을 추지 못했다.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지만, 한나라당 경선 이후 불거졌던 박근혜 전 대표 쪽과의 갈등을 그나마 무사히 수습한 것도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게 빼앗기지 않은 원인이 됐다. 측근 이재오 최고위원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선언하면서, 한때 이회창 후보에게 눈길을 주었던 영남권 유권자들을 다시 되돌리는 요인이 됐다.
■ ‘서울’의 선택=이 당선자는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실시된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로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승리한 후보가 됐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민자당은 이제까지의 대선에서 서울을 장악하지 못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때 버스체계개편, 청계천복원사업 등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시정 활동을 통해 ‘추진력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적극적 반대 활동 등을 기반으로 수도권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전통적으로 전국에서 올라오는 여론의 총합체이자 합리적 개혁층을 대변했던 서울은 이번엔 보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오히려 영호남 여론을 ‘포위’하며 ‘주도’하는 흐름을 이끌어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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