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전투자 의혹’ 특검법 펴결은 ‘재보선 예선’

문희상의 첫시험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 도중 주요당직자들과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면서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만지고 있다. 김경호 기자[e-mail]

‘여’유만만 - ‘야’심만만

여당 법사위 과반 차지
본회의 표도 146:143
무소속·비판여론 변수

한나라당을 비롯한 세 야당이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르면 13일 특검법안을 공동발의할 예정이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결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야는 이번 사건이 오는 30일 치르는 재보궐선거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력투구할 기세다.

	▲ 특검은 나중에… 김부겸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 도중 ‘선 검찰수사, 후 특검 논의’라고 쓰여진 쪽지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 문희상 당 의장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e-mail]

여야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놓고 180도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야당은 일치감치부터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권 실세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에 맡길 수 없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무엇보다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의 요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로는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없으며, 반드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공세에는 특검법안 공방을 지속시켜 재보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을 민간 사업자들이 대통령 측근의 이름을 팔고 다닌 전형적인 ‘단순 사기극’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검찰 수사가 우선이며, 특검 주장은 “불필요한 정치공세”라는 논리를 편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특검법안 제출은 재보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정략적 태도”라며 “검찰 수사에서도 의혹이 남으면 특검을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들이 특검법안을 발의할 경우, 표결 결과는 속단하기가 쉽지 않다. 여야가 각각 똘똘 뭉치는 것을 전제로 해 수로만 보면, 특검법안은 일단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특검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법사위는 전체 위원 15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이 8명으로 반수를 넘는다.

또 본회의에 넘겨지더라도 열린우리당이 무소속 의원 4명 가운데 1명만 확보하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은 현재 146명으로, 재적 의원 293명의 과반에서 정확히 1명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사정이 열린우리당 쪽에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면 여론 악화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야당이 ‘권력형 비리’를 강조하는 속내도 여론을 통한 열린우리당 압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