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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재벌정책 벌써 ‘당선자 눈치보기’

등록 2007-12-23 19:10수정 2007-12-23 22:27

공정위, 출총제 ‘필요하다’→‘필요없다’ 폐지 검토 착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인 재벌 정책인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해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 출총제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주무 부처가 대선이 끝나자 마자 스스로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이 금산분리나 수도권 집중 억제 등을 다루는 다른 부처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안없이 폐지땐 재벌 소유·지배구조 금세 악화”
전문가 우려 목소리…“사후 규제장치 전제 돼야”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이 당선자의 공약에 출총제 폐지가 있어 실무 차원에서 이를 검토하고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위의 자료 요청에 대한 대비한 준비이지만, 공정위 일각에서 ‘현실론’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실론이란, 올해 3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출총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적용 대상 기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출총제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재벌들의 순환출자 및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출총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출총제가 폐지된다면 부작용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한 팀장은 “현재 적용을 받는 기업 수가 많지는 않지만, 출총제가 있음으로써 재벌들이 ‘출총제 졸업 요건’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아무런 대안 없이 출총제를 폐지한다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금세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출총제를 폐지했는데, 이후 2000년 4월까지 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16조9천억원에서 45조9천억원으로 2.7배 급증했다. 또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한 선단식 경영 행태가 다시 나타나, 결국 정부는 2001년 4월부터 출총제를 부활시켰다.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번 폐지했다가 부활한 출총제를 없앤다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다시 부활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당선자는 출총제 폐지와 함께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전환할 것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위가 규제개혁위원회와 통합되면서, 재벌에 대한 규제 수단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출총제 같은 사전 규제의 폐지 여부를 논의하려면 먼저 ‘이중 대표소송제 도입’이나 ‘회사 기회 유용 금지’ 같은 사후 규제 수단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 출자총액 제한제=국내에서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는 있는 한도를 회사 순자산의 40% 미만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소속 회사 가운데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회사에 적용된다. 11월 현재 기업집단 7곳 25개 회사가 적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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